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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청개구리가 큰소리로 짝 찾으며 천적 피하는 비밀

등록 2020-05-13 15:43수정 2020-05-13 16:41

[애니멀피플]
먼저 우는 소리에 나중 소리 숨겨…포식자엔 앞의 소리만 들려
동료의 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숨겨 포식자를 피하는 파나마의 청개구리 스밀리스카 실라. 헨리 레게트, 퍼듀대 제공.
동료의 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숨겨 포식자를 피하는 파나마의 청개구리 스밀리스카 실라. 헨리 레게트, 퍼듀대 제공.

청개구리가 앞다퉈 큰 소리로 우는 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랑의 세레나데는 암컷뿐 아니라 포식자도 끌어들인다. 이 모순을 음향학적으로 극복한 청개구리가 발견됐다.

청개구리가 텅 빈 한낮의 논을 거들떠보지 않다가 저물녘에 모여 합창을 하는 이유는 천적인 백로나 왜가리를 피하기 위해서다(수원청개구리가 벼포기 움켜쥐고 노래하게 된 이유). 소리가 우렁찰수록 암컷에게 건강하고 몸집이 큰 수컷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이 소리를 엿듣는 포식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짝짓기 신호 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였던 동물도 있다. 하와이의 한 토종 귀뚜라미는 외래종 기생파리가 낳은 살을 파먹는 구더기 때문에 거의 사라졌다. 이 파리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단서로 찾아왔다. 이 귀뚜라미는 수컷 날개가 소리를 내지 못하는 돌연변이를 일으킴으로써 살아남았다.

중남미의 열대림에 사는 한 청개구리는 천적인 박쥐와 깔따구를 피하기 위해 더욱 교묘한 방법을 진화시켰다. 미국 퍼듀대 연구자들이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에서 실험을 통해 밝혀낸 비결은 포식자에게 청각 착각을 일으켜 어디서 우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청개구리는 다른 수컷이 울기를 기다리다 울음소리가 들린 직후, 거의 동시에 운다. 떨어진 두 곳에서 아주 짧은 시차를 두고 소리를 내면 듣는 쪽에서는 먼저 소리를 낸 것만 들린다.

사람에게도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선행음 효과’라고 한다. 비슷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면 뒷소리를 무시하고 앞소리만 듣는 일종의 착각이다. 복잡한 환경에서 소리가 반사되어 메아리가 나타날 때 뒤의 소리를 무시해 음원이 어디인지 헷갈리지 않도록 적응한 결과이다. 빽빽한 숲에 사는 박쥐와 깔따구도 사람처럼 진화과정에서 이렇게 적응해, 청개구리 소리가 잇달아 들리면 먼저 운 쪽만 있는 것으로 느낀다.

연구에 참여한 시메나 버널 퍼듀대 교수는 “놀랍게도 수컷 청개구리의 잇단 울음은 천적에게 착각을 일으키지만, 암컷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달아 우는 행동이 천적을 따돌리면서 동시에 암컷이 뒤에 우는 수컷을 식별하는 ‘윈-윈’ 효과를 거뒀다.

동료 개구리 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숨겨 천적을 피해도 암컷은 누군지 아는 ‘윈-윈’ 효과를 거두지만, 문제는 누가 먼저 울까이다. 브라이언 그태트위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료 개구리 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숨겨 천적을 피해도 암컷은 누군지 아는 ‘윈-윈’ 효과를 거두지만, 문제는 누가 먼저 울까이다. 브라이언 그태트위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제는 앞의 울음을 수백분의 1초 안에 뒤따라 울어야 하는 것이다. 연구의 주저자인 헨리 레케트 이 대학 박사과정생은 “(뒤따라 우는 행동이) 거의 반사작용처럼 빨랐다. 소리를 듣고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 동료의 소리가 들리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우는 개구리가 먼저 우는 소리 뒤에 숨는다면 어떤 수컷이 먼저 울까. 이 때문에 이 청개구리 수컷 사이에는 ‘서로 미루기 전쟁’이 벌어진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먼저 우는 쪽이 지는 게임’이기에, 오랜 침묵이 계속되다가 간헐적으로 울음소리가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 암컷이 떠나버리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암컷 개구리는 먼저 우는 수컷을 선호한다. 그러나 먼저 우는 수컷은 천적의 관심을 끌고 암컷마저 위험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어떻게 암컷이 ‘선행음 효과’를 이겨 나중에 우는 수컷을 택하는 쪽으로 선호도가 바뀔 수 있었는지는 수수께끼”라고 논문에 적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아메리칸 내추럴리스트’ 최근호에 실렸다.

인용 저널: American Naturalist, DOI: 10.1086/7077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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