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년 전 중생대 습지에서 다양한 먹이를 찾아 여러 종의 익룡이 모여든 모습을 그린 상상도. 마크 위튼 제공
공룡시대 하늘을 지배한 파충류인 익룡이 무얼 먹고 살았는지 등 생활사를 밝혀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익룡은 2억1천만년 전 출현해 중생대가 끝나기까지 살았던 파충류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전역에 분포했고 육지, 해안, 바다 환경에서 두루 살았다(▶
경북 군위는 ‘하늘의 제왕’ 세계 최대 익룡들의 사냥터). 이빨이 달린 부리와 긴 꼬리가 새와 다르지만 날개를 치며 비행한 최초의 척추동물이었고 비둘기만 한 크기부터 날개폭 11m의 경항공기 크기까지 다양하게 진화했다.
조던 베스트위크 영국 버밍햄대 고생물학자 등은 익룡 화석의 부리에 난 수천분의 1㎜ 크기의 미세한 마모흔적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분석방법으로 익룡이 무얼 먹었는지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가장 큰 익룡의 하나인 하체곱테릭스가 공룡 이구아노돈을 잡아먹는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베스트위크 박사는 “이제까지는 화석 이의 형태와 현생 동물의 이를 비교해 무얼 먹었는지 추정했을 뿐”이라며 “이를테면 악어 이처럼 원뿔꼴이면 물고기를 먹었다고 가정하는데, 식성이 전혀 다른 판다와 북극곰의 이 형태가 같은 데서 보듯 이런 방식은 한계가 분명했다”고
레스터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음식을 씹으면 음식에 이 자국이 남지만 동시에 이에도 음식의 흔적이 생긴다. 먹이의 재질에 따라 미세한 흔적의 유형이 달라진다. 연구자들이 현생 파충류의 이를 분석했더니 딱정벌레나 게 같은 딱딱한 껍데기로 싸인 무척추동물을 많이 먹을수록 이에 거친 마모흔적이 남았다. 물고기처럼 부드러운 먹이를 먹는 이는 표면이 매끈했다.
연구자들이 익룡 17개 속의 이를 분석한 결과 매우 다양한 먹이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곤충 등 무척추동물을 많이 먹다가 차츰 고기나 물고기 중심의 먹이로 바뀌어 나갔다. 연구자들은 “중생대 말이 되면서 새들이 다양하게 진화해 퍼졌는데 이들과 경쟁하면서 작은 익룡이 차츰 사라지고 척추동물이 주요 먹이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람포린쿠스 익룡이 바다에서 오징어의 조상을 잡아먹는 상상도. 이번에 새끼와 성체의 먹이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긴 꼬리가 특이한 쥐라기 람포린쿠스 속 익룡의 식성은 눈길을 끌었다. 이 익룡은 어릴 때는 곤충을 먹었지만 성체가 되면서 물고기를 먹었다. 연구자들은 “새들은 어미가 먹는 먹이를 새끼에게 가져다주는데 이 익룡은 다른 파충류처럼 새끼를 돌보지 않았음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익룡 가운데 가장 큰 종류인 하체곱테릭스는 폭이 10m가 넘는 거대한 날개를 지녔지만 육상 생활을 하며 중형 공룡까지 잡아먹었을 것으로 다른 연구에서 추정됐다.
중생대 1억5000만년 동안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던 익룡은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과 함께 찾아온 대멸종 사태 때 공룡과 함께 지구 위에서 사라졌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0-1902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