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3000만년 전 바다에 살았던 키린시아의 상상도. 절지동물의 조상으로 추정된다. 황디잉 외 (2020) ‘네이처’ 제공
곤충, 거미, 갑각류를 통틀어 일컫는 절지동물은 지구 생물종의 8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동물이지만 진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상의 모습은 어땠는지는 논란거리다. 중국의 캄브리아기 초 퇴적층에서 눈 자루가 5개 달리는 등 이제까지 알려진 당시 절지동물 조상의 여러 형태가 합쳐진 특이한 키메라 동물 화석이 발견됐다.
황디잉 중국 과학아카데미 난징 지질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 교수 등은 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이 화석이 절지동물 진화를 설명하는 데 그동안 빠진 ‘잃어버린 고리’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눈, 신경, 소화계 등 부드러운 부위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키린시아의 화석. 황디잉 외 (2020) ‘네이처’ 제공
중국 윈난 성 남서부 마오톈산의 5억2000만년 전 셰일층에서 발견한 이 화석에 대해 공동 연구자인 저우 팡천 교수는 “다른 화석에서는 보기 힘든 신경계, 눈, 소화계 등 부드러운 부위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동물은 단단한 키틴질 껍질, 많은 수의 마디로 나뉜 몸통과 관절로 연결된 다리 등 절지동물의 특징을 간직했다. 그러나 동시에 당시 바다에 서식했던 여러 절지동물 조상의 모습을 조금씩 모아놓은 모습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화석 생물 이름을 사슴, 말, 소 등의 모습이 합쳐진 동아시아의 상상 속 동물인 기린을 따 ‘키린시아’로 지었다.
키린시아는 고생대 바다에 살았던 메가케이라의 몸 구조, 오파비니아의 눈, 아노말로카리스의 앞다리 등을 합쳐놓은 모습이다. 황디잉 외 (2020) ‘네이처’ 제공
키린시아는 캄브리아기의 신비로운 동물로 꼽히는 오파비니아처럼 눈이 다섯개 달렸다. 또 당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아노말로카리스의 사마귀 같은 앞다리를 지녔다.
아노말로카리스는 길이 2m의 거대한 절지동물로 절지동물의 조상으로 간주되지만 여러 면에서 현생 절지동물과는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아노말로카리스와 현생 절지동물을 잇는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둘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절지동물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었다.
공동 저자인 주 마오얀 교수는 “화석을 상세하게 검토한 결과 키린시아가 아노말로카리스와 절지동물 사이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로써 절지동물의 진화적 뿌리를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캄브리아기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아노말로카리스의 일종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생대 바다에서 가장 특이하게 생긴 멸종한 눈 5개 달린 생물 오파비니아 상상도. 노부 타무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현생 절지동물의 마디로 이뤄진 몸체와 비슷한 캄브리아기 생물 메가케이라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용 저널:
Nature, DOI: 10.1038/s41586-020-2883-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