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⑥
‘해피 비건’ 양다솔씨의 직장 생활 노하우…풍성하게, 즐겁게, 맛있게!
‘해피 비건’ 양다솔씨의 직장 생활 노하우…풍성하게, 즐겁게, 맛있게!
직장인 양다솔씨는 비건이 되고도 즐겁게, 맛있게, 멋있게 사는 삶을 지향힌다. 친구들에겐‘해피 비건’이란 별명을 얻었다. 양다솔 제공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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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친구와 함께 다솔씨는 ‘비건 직장인’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12시에 점심 먹으러 나가고 6시까지 일하는, 한국 직장인의 정석과 같은 삶에 어느 날 갑자기 비거니즘이 ‘끼어들었다’. 때는 지난해 가을,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식당 하나 찾기가 어려웠다. 몇 달 만에 만난 친구들이 그사이에 각각 페스코, 비건, 생채식을 하는 베지테리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묘하게 시기가 겹쳤지만 이유는 다양했다. “애인이 페스코여서.” “건강 때문에 단식하다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동물권과 기후 위기 문제 때문에.” 다솔씨만 비건이 될 어떤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만난 친구들은 그가 평생을 함께 가기로 마음먹은 이들이었다. 이 친구들과 더는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것은, 온 마음으로 엮인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았다. 식구 같은 존재와 밥을 함께 먹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양다솔씨가 직접 만든 비건 도시락과 식사.
모든 채소와 잘 지내고 싶어지다 부엌을 베이스캠프 삼기로 했다. 그동안 요리를 꽤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완전 다른 세계였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콩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콩으로 얼마나 창조적인 요리가 가능한지 처음 알았죠!” 자기만의 조그만 부엌에서 온갖 채소를 지지고 볶고 삶았다.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수많은 향신료를 사서 실험을 했다. 다솔씨는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채소의 다양한 맛을 깨치며 “모든 채소와 잘 지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비건이라고 맛의 스펙트럼이 줄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건이라고 잘 못 먹는 게 절대 아니에요. 비건을 하면서 실제로 먹는 것이 훨씬 다양해진 것 같아요. 때때로 자극적으로 먹기도 해요. 만약 불닭볶음면이 먹고 싶으면, 동물성을 싹 빼고 최대한 비슷한 맛을 만들어 먹는 식으로요.” ‘열정 비건’의 도시락은 언제나 풍성하다. 처음에는 아침 5~6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해 나가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을 고려해 주말에 평일 먹거리를 최대한 마련해둔다. “최근에는 더덕구이나 견과류 볶음, 토마토 절임 같은 걸 준비해뒀어요. 이런 건 회사 냉장고에 넣어두고 꺼내 먹기도 하고요. 볶음밥이나 파스타를 많이 해서 요일마다 나눠서 가져가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기도 하고요. 물론 방금 한 음식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맛있어요.” _______
고기 먹는 사람과 갈등하지 않았으면 회식 때는 어떻게 할까. “회식하면, 저희도 조개구이집, 곱창집, 삼겹살집 같은 데 가요. 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앞에서 열심히 구워드려요. 다만 저는 제가 싸간 음식을 먹어요. 우선, 서로 각자 먹고 싶은 것 먹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저는 저 때문에 누군가 맛없는 걸 먹는 걸 원치 않고, 반대로 저도 마찬가지예요. 고기 먹는 사람, 아닌 사람 사이에 긴장이 없으면 좋겠어요.”
양다솔씨의 도시락은 어디서든 풍성하다. 그는 “비건이라고 선택지 없는, 먹을 게 한정된 사람으로 여겨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더 열심히, 더 풍족하게 도시락을 싼다.
비건이 혼자일 수 없는 이유 이에 대해 다솔씨는 이렇게 말한다. “비거니즘을 지속하려면, 자기 안에 공고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건의 배경으로 동물권, 육식 산업 노동자들의 인권, 기후 위기 문제 등 너무 좋은 이유가 많지만, 우선 이게 계속되려면 나에서 비롯하는 게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는 비건을 하며 자신의 의지로 인생을 바꿔 살 수 있게 된 점, 그리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너무 좋다고 말한다. “(비건을 하기 전에는)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돈에 쫓기고, 늘 외롭고…. 이미 너무 재미없게 제 삶의 서막을 써버려서 이제 볼 것도 없이 그저 그렇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쳇바퀴 같은 일상에,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는 그 감정이 얼마나 사치스러웠는지, 비건을 하고 알게 됐다고 한다. “늘 홀로 먹는 밥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불쑥, 내가 먹고 있는 이 음식이 누군가의 생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 나를 위해 죽어야 한다면, 결코 혼자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비건이 되고 난 다음의 밥상을 마주하며 그는 생각했다. “지구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했다는 것, 마치 세상 모든 생명과 겸상한 기분이 들었죠.” 고기가 빠진 도시락이 가져다준 변화다. _______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는 비건이 된 것이 “살면서 한 선택 가운데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비거니즘을 실천한다고 육식에 대한 반감이 딱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립거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비건이 됐다는 건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맘에 드는 애인을 만난 기분이에요. 길에 다니면 고깃집이 정말 많잖아요. 그 앞을 지날 때 생각해요. 아 우리 한때 정말 사랑했었지. 너무 좋은 추억이야. 하지만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러진 않을 거야.”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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