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1936년 멸종한 마지막 수컷 흑백 영상…태즈메이니아 섬 살던 유대류 최대 포식자
컬러 영상으로 복원한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의 모습. 호주 국립 영상 및 음향 보관소(NFSA) 제공
유럽인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들어왔을 때 가장 큰 육식 유대 동물인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등에는 호랑이 줄무늬가 나고 늑대의 머리를 한 이 포식동물은 호주 대륙에 딸린 태즈메이니아 섬에만 약 5000마리가 살아남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목축을 해친다며 현상금을 걸어 이 동물을 사냥했고, 점점 귀해지는 이 동물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동물원이 포획에 나섰다. 태즈메이니아 호바트의 보마리동물원에는 야생에서 잡은 마지막 주머니늑대 ‘벤저민’이 사육되고 있었다.
태즈메이니아 호바트의 보마리동물원에서 사육하던 야생에서 잡은 마지막 주머니 늑대 ‘벤저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933년 호주 동물학자 데이비드 플리는 벤저민을 흑백 영상으로 촬영했다. 촬영 도중 엉덩이를 물리는 수난을 당하기는 했지만 이 영상은 테즈매이니아주머니늑대를 담은 12개가량의 필름 가운데 화질이 가장 좋고 길이도 80초 분량으로 가장 길다.
호주 국립 영상 및 음향 보관소(NFSA)는 ’멸종위기종의 날’인 7일 플리의 흑백 영상을 컬러로 복원해 공개했다. 이날은 1936년 9월 7일 벤저민이 죽은 날을 기려 지정한 국가 기념일이다.
벤저민은 85년 만에 되살아난 컬러 영상에서 좁은 철망 우리 안 땅바닥에 엎드리거나 빙빙 걸어 다녔다. 흑백 영상에 견줘 생동감이 났다. 공기를 마시며 킁킁대기도 하고 개처럼 뒷발로 몸을 긁거나 큰 이빨을 드러내며 하품을 하기도 했다.
컬러화 작업을 한 프랑스 콤포지트 필름의 사무엘 프랑수아 슈타이닝거는 “원본의 해상도가 높아 세부 묘사가 많아 복원이 어려웠다”며 “특히 빽빽한 털을 생동감 있게 되살리는 것이 힘들었다”고 보관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여러 박물관에 보관된 표본과 각종 스케치와 유화 등을 참고해 동물 털의 색깔 등을 복원했다”고 덧붙였다.
1911년 호바트의 보마리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어린 수컷과 다 자란 수컷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태즈매이니아주머니늑대는 200만년 전 출현해 호주 본토와 태즈메이니아 섬, 뉴기니 등에 서식했다. 등의 줄무늬는 호랑이를, 머리 모양은 늑대를 닮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암·수 모두 배에 달린 주머니와 캥거루처럼 뻣뻣한 꼬리가 유대 동물의 특징을 보여준다. 몸무게는 12∼22㎏이다.
포식자는 이미 유럽인의 식민이 시작되기 전 호주 본토와 뉴기니에서 사라졌고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마지막까지 잔존하다 1936년 멸종했다. 멸종원인으로는 주민의 무차별 사냥이 꼽히지만 질병과 개 도입, 서식지 파괴 등의 영향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냥꾼에 잡힌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1869년 촬영된 사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벤저민이 죽은 뒤 곧 다른 개체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란 호바트 동물원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형 포식동물 한 종이 지구에서 사라졌지만 언론의 보도도 나오지 않았고 이 종에 대한 태즈메이니아 주 당국의 보호조처가 시작된 건 멸종 2달 전이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