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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시속 72㎞ 내달리다 ‘사라지는 새들’, 그 죽음 막을 순 없을까

등록 2022-05-30 15:02수정 2022-05-30 15:57

국립생태원, 한해 765만 마리 조류 죽음 추정
조류충돌방지 담은 ‘야생생물보호법’ 국회 통과
정부·공공기관 건물만 적용…민간시설은 빠져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황구지교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야생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황구지교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야생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새가 줄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조류 개체 수가 30% 줄었다. 전 세계 조류 종 가운데 개체 수 감소 현상을 겪는 종이 40%에 이른다. 

이유는 무얼까? 인간 활동에 따른 서식지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뒤를 잇는 게 바로 ‘조류 충돌’이다. 도롯가의 투명 방음벽, 건물의 투명창에 부딪혀 새가 죽는다. 새는 유리를 미처 보지 못하고 정면 충돌한다. 또는 유리에 반사된 이미지를 보고 그곳으로 날아가다 부딪혀 죽는다.

새의 속도는 시속 36~72㎞. 국내에서 한해 765만 마리가 죽는 것으로 국립생태원은 추정한다. 일 년에 건물 한 채당 한 마리씩 죽는 셈이다.

새의 이런 죽음을 다소 줄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29일 조류 충돌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이 법 개정안을 보면, 국기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조류의 충돌과 추락 등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인공구조물을 관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새가 방음벽과 투명창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 모양의 스티커 등 충돌 방지 제품을 사용하도록 환경부는 이 기관들에 요구할 수 있다. 또한, 환경부는 조류 충돌과 관련한 피해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2017년 건축물 통계를 보면, 민간 및 공공건물은 약 712만동이다. 같은 해 도로 방음벽 길이는 1420㎞에 이른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른 조류 충돌 방지 조처가 정부 및 공공기관의 건물과 시설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30일 “방음벽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등의 소유여서 대부분 적용된다. 하지만 민간 건물은 건축 디자인 등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규제로 인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및 공공기관 건물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사육곰 농가들이 곰을 불법 증식했을 경우, 몰수할 수 있는 근거도 이번 법 개정안에 담겼다. 곰과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불법 증식하면, 5년 이하의 지역과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정부가 해당 동물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웅담 채취용으로 등록된 사육곰의 경우, 사육곰 산업을 폐지하기 위해 증식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불법 증식했을 때 몰수할 근거가 없어, 일부 사육곰 농가는 정부 허가 없이 증식해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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