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 문을 연 ’서울 일자리 플러스 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전문 취업상담원과 상담하고 있다.
[서울 희망보고서] 올 7조원 들여 4개분야 13개 일자리 사업
일자리센터 열고 중기 1조4000억 투입
노숙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집중 지원
직원들 봉급 쪼개 인턴 1000명 채용도
일자리센터 열고 중기 1조4000억 투입
노숙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집중 지원
직원들 봉급 쪼개 인턴 1000명 채용도
바야흐로 위기의 시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채용기피로 실직자와 무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실업자 수는 95만2천여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만2천여명이 증가했다. 공식적인 통계로 ‘100만 실업자 시대’가 코앞이다. 구조조정과 해고 등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에게 주는 실업급여 지급액도 매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취업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절망의 벽’이다.
백학래(63)씨는 30여년 전부터 건설노동자로 일을 했다. 막일을 하며 틈틈이 목공일을 배웠다. 그렇게 10년을 일했다. 백씨는 “10년 해보니 목공일에 자신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의 실력을 보고 그를 찾는 회사가 많아 일 걱정이 없었다. 20여년 동안 기능공으로 일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일감이 끊기기 시작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 더해 60에 가까운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
외판원, 아파트 경비원, 주차장 경비원, 주유소 주유원 등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냈다. 받아주는 곳 하나 없었다. 청량리역 앞에서 과일 행상도 했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인의 친정집쪽 빚으로 살고 있던 집마저 근저당을 잡혔다. 잡을 수 없는 행복은 실업과 빚 앞에 무너졌다. 가난의 굴레를 못이긴 둘째딸(30)이 집을 뛰쳐나갔다. 백씨의 가족들은 지난달까지 큰딸(34)이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했다. 이 딸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백씨는 “결혼을 앞둔 딸에게 생활비를 의지해야했던 아비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백씨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가족농장에 녹지관리인으로 취직했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일자리센터)를 통해서다. 일자리센터는 서울시가 지난 1월 중구 프레스센터 5층에 마련했다. 이 센터에는 지난 4일까지 총 4635명이 구직등록을 했다. 이 가운데 122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26%의 취업성공률이다. 백씨는 이 센터의 1000번째 취업자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제하고 한 달에 80만원쯤 번다. 그는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행복한 줄 몰랐다. 아내와 딸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고, 집을 떠난 딸도 꼭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일자리센터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구직자들은 방문 상담이나 센터 누리집(job.seoul.go.kr) 또는 전화(1588-9142)로 일자리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일자리창출을 위해 벌이는 사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민간분야 일자리 개발’, ‘공공 일자리 확대’, ‘중·소상공인 및 자영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사업 활성화’ 등 크게 4개 분야에 걸쳐 13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올해 안으로 19만5천개의 일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투입되는 예산도 7조2700억원에 달한다.
우선, 노인·여성·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4만2천개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공공근로사업과 직업훈련 등으로 4만8천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중소기업 육성자금도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1조4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 방문보건사업과 보육도우미사업,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벌여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2400개의 일자리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일자리창출과 경제살리기를 위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예산도 편성했다. 지난 3월 예년보다 4개월 앞당겨 2조34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짰다. 이 가운데 1677억원이 일자리 만들기 사업과 중소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책정됐다. 청년실업 대책으로 행정인턴십(1000명)과 행정서포터즈(4400명)를 확대하고, 중·장년층, 노인,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또 직원들의 봉급 일부를 기부받고 업무추진비와 경상경비 등을 줄여 100억원 규모의 ‘희망일자리 창출 펀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미취업 청년 1000명을 디자인과 패션, 게임, 애니메이션 등 신성장동력산업 분야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집중 배치해 인턴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서울시 일자리 사업
19만5000개 고용 창출…일하는 행복 찾아드려요
서울시는 또 직원들의 봉급 일부를 기부받고 업무추진비와 경상경비 등을 줄여 100억원 규모의 ‘희망일자리 창출 펀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미취업 청년 1000명을 디자인과 패션, 게임, 애니메이션 등 신성장동력산업 분야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집중 배치해 인턴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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