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를 당한 ‘선창 1호’가 4일 새벽 예인돼 뭍에 올라있다. 왼쪽 선미 쪽으로 훼손된 흔적이 크게 드러난다. 사진 인천/선담은 기자
15명 목숨을 앗아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는 좁은 수로에서 배들이 나란히 운행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섬 지역 선박 항적을 관찰하는 관제시스템도 취약했다. 구조장비가 갖춰지지 않아 해상 구조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사고는 대형 선박이 좁은 수로(섬과 섬 사이에 만들어진 뱃길)로 운항하면서 일어났다. 대형 급유선의 영흥수로 운항 위험성은 이미 2년 전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영흥수로는 운항 시간 절반 단축과 유류비 절감을 할 수 있어 대형 급유선의 운항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해양수산부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2015년 인천항 선박 통항로 안전성 평가 연구용역’에서 영흥수로는 수로가 좁고, 물살이 강해 급유선 운항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단순 ‘권고’ 수준에 그쳤다.
관제 취약지역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난 영흥도 해역은 관제 레이더의 탐지가 불가능한 음영구역으로 ‘관제 사각지대’이다. 300t급 이상 선박이자 위험화물 운반선인 명진15호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대상이지만, 음영구역이어서 항적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영흥수도는 항로 폭이 370~500m에 불과하고, 수심도 6~11m로 낮아 관제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섬과 섬 사이가 가까운 도서 해역을 탐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해경 설명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브이티에스 정보서비스 범위 확대를 위한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난 8월 동향보고서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
느슨한 소형 낚시어선 관련 규정도 문제다. 2012년 박근혜 정부가 10t 미만 어선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낚시 어선업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선창1호는 물론 지난해 2015년 9월 제주도 추자도에서 전복사고를 낸 돌고래호도 9.77t급 어선을, 승선원 최대 22명의 낚시어선으로 개조했다. 낚시인구 증가 추세를 고려해 낚시어선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안일하게 운항한 급유선 선장 등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했다.
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북항 관공선부두에 정박한 급유선 명진15호에서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들이 선박 선두 부위의 페인트 등 증거물을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용현 한국잠수산업 연구원장은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로 뒤집힌 배 선내에 갇혔다가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생존자 3명의 인터뷰를 듣고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이 골든타임 ‘30분’을 완전히 놓쳤다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1마일도 채 되지 않은 연안임에도 선내 진입 가능한 구조인력이 현장에 최초 도착한 시간은 사고 발생 뒤 72분 만이었다. 선내 진입은 91분 뒤에야 이뤄졌다.
야간이나 낮은 수심에서도 출항 가능한 신형 구조정은 고장났고, 구형은 야간 레이더조차 없었다. 24시간 출동 대기해야 할 구조대 전용부두 주변에는 양식장이 즐비해 운항 지연을 불러왔고, 가장 먼저 출동한 파출소 구조보트는 민간선박과 함께 정박해 있어 출항하기까지 20분이나 걸렸다.
상시 장비 운용 실태 점검과 지역 여건을 고려한 구조대 재배치 검토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장 원장은 “일본 등 선진국처럼 수중 인명구조와 선박이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선박구조가 가능한 특수요원이 탑승한 항공구조대를 편성해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수년째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해상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지적된 문제에 대해 조속히 개선해 나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인천/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