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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엔 휴가, 피해자는 가해자 취급이 오세훈의 공정인가요?”

등록 2021-12-23 04:59수정 2023-03-16 10:29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2차 가해 논란
‘직장내 괴롭힘’ 가해 지목 간부들 맞신고 이어 특별휴가 받고
운영법인, 문제제기 조합원 “가해 사실 조사받으라” 출석 통보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노동조합 소속 청년들이 지난달 1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오세훈 시장님, 저희도 청년입니다.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꺼내 들고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달라고 서울시에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노동조합 소속 청년들이 지난달 1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오세훈 시장님, 저희도 청년입니다.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꺼내 들고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달라고 서울시에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관할 수탁법인이 바뀌면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졌던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12월 중순께 센터를 운영하는 법인(서울현대교육재단·한국디지털컨버전스협회)은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직원들이 ‘피해를 본 건 우리’라며 되레 지난달 노동청에 ‘맞신고’를 하자 직접 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어 법인 쪽은 지난 17일 오후 피해자들에게 “22일부터 조사를 시작해 23~24일 가해 사실을 조사하겠다.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데 이어, 21일 오후 관련 이사장 명의 공문도 발송했다. 조사위에는 서울시도 위원 한명을 추천했다. 또 법인은 괴롭힘 가해자이자 노조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주도했던 윤아무개 경영기획부장을 센터장 대행으로 세우고,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원 14명을 뺀 채 가해자로 지목된 15명(간부 7명 포함)에게 7~10일간 특별휴가를 줬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수탁법인이 센터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보낸 ‘괴롭힘 사실 조사 협조요청 공문’의 일부분. 청년활동지원센터 노조 제공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수탁법인이 센터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보낸 ‘괴롭힘 사실 조사 협조요청 공문’의 일부분. 청년활동지원센터 노조 제공

당시 괴롭힘 문제는 해결 국면이었다. 서울시가 지난달 19일 법원·센터·노조 등과 4자 모임을 주도하면서, 지난 1일 법인은 전아무개 센터장을 직무배제하고, 지난달 13일 센터가 내린 노조원 8명에 대한 6명 해고 등 중징계도 무효화했다.

하지만 법인 쪽의 조사 통보, 구성원 특별휴가가 있고 나서 시·법인·센터와 노조 간의 갈등은 재점화됐다. 김정은 센터 노조위원장은 “센터장 대행이 서울시·법인과 협의해 진상조사·휴가조치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벌이고 있다. 괴롭힘 가해자들은 특별휴가 주고, 피해자에게는 가해자가 아닌지 조사하겠다고 하는 게 오세훈 서울시장님이 밝힌 ‘공정’인가 되묻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법인 쪽이 괴롭힘을 호소했던 피해자들의 가해 여부를 따지겠다고 나선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아무개 서울현대교육재단 교육운영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동청이 두 사건을 모두 조사하라고 해서 따른 것”이라고 했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펴낸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대로라면 사업주 조사는 노동청이, 그 외 간부는 사업장에서 조사하기로 돼 있어 법인의 조사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신고한 건을 우선 별도로 조사해야 하고, 조사 방식은 피해자 동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노조는 피해자 조사 반대 견해를 서울시와 법인 쪽에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맞신고는 괴롭힘 신고가 있으면 요즘 악질 사업주들이 쌍방 문제로 변질시키려고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사업주 갑질을 도왔다면 사업주와 간부 직원 등 동조자를 묶어서 조사해야 한다. 노동부도 잘못된 매뉴얼을 근거로 법의 빈틈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만 휴가를 준 것은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차별 사례’에 해당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센터장 대행은 “기본적으로 노조 직원분들이 앞뒤 사정은 얘기하지 않고 기자에게 제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조사하지 않는 쪽으로 법인 쪽과 대화하고 있다. 특별휴가 부분도 확인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또다시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센터 조사와 관련해 이경환 고용노동부 서울서부노동지청장은 “담당 근로감독관과 상의해 피해자가 가해자로 조사받는 상식에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 개입할지 의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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