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도발” “펑 펑 펑” “초비상” “격앙” 5일 신문 방송을 도배하다시피 잔뜩 깔린 북한 미사일 발사 기사들 제목을 장식한 수사들이 화려하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듯 박진감마저 느끼게 한다. 장쾌하기까지 하다. ‘너 잘 만났다, 이번엔 정말 한번 혼나봐라!’는 식의 치기까지 느껴진다. 아니면 말고. 하지만 장쾌한 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기사들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둬야겠다.
이러니 어찌 책을 읽겠나? 이토록 아슬아슬 재미나는(?) 넌픽션 현실인데, 하물며 소설을 읽을까? 안 그래도 월드컵 축구대회 보느라 날밤들을 새는 판에.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30위 안에 든 국내소설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라는데, 또 다른 베스트셀러 목록을 봤더니 6월 한달 30위 안에 작품을 올린 국내작가 역시 공지영과 박현욱, 그리고 손종일 정도였다. 6월 셋째 주만 따로 집계한 종합목록 15위내에 든 국내소설가는 공지영 한 사람뿐이다. 외국 소설가들도 이례적인 초장기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 외 몇명을 빼면 종합목록 베스트100에서 찾아보기가 쉽진 않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잘나가는 공지영은 그렇다 치면, 10만부를 넘겼다는 신예 박현욱의 출현도 출판계로선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걱정들이 이해가 간다.
소설 너 잘 만났다, 미국 일본에 한번 혼나봐라! 가뭄이 소설보다 재미있는 세상 탓만은 아닐 것이다. 역시 웬만한 건 사이버상에서 소화하는 시대의 인터넷 위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빅히트는 아니라도 상당 수준으로 꾸준히 팔려 대형서점들이 판매대에 독자코너를 차려줄 정도로 재미를 보고 있는 일본소설 등 외국소설들의 상대적 오프라인 강세는 또 어떻게 봐야 하나? 유행에 과민한 독자들 탓인가, 작가 역량의 빈곤 탓인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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