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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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돈을 어떻게 관리하기에 자기가 돈을 어디다 쓰는지도 몰라?”
“내가 쓴 돈이 따로 있어? 다 자기가 카드 긁는 바람에 비는 돈이지. 쓰는 사람 따로 정리하는 사람 따로야?”
“아니 그래도 여자가 집안 살림하면서 가계부도 안 쓰냐? 한 달에 생활비가 얼마 나가는 줄은 알아야지.”
“집안일이랑 애들 키우는 일이나 좀 도와주면서 그런 얘기 해.” 평범한 중간층 집안의 30~40대 부부 사이에 일어날 법한 말싸움이다. 돈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이 장면은 <아버지의 가계부>가 염두에 둔 한국 가정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늘 돈에 쪼들리고, 계획 없이 되는 대로 쓰고, 막연히 대박을 꿈꾸고, ‘잘 되겠지’ 근거 없이 낙관하고…. 이 악순환이 가정경제를 골병들게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가계재무전문가 제윤경씨가 쓴 이 책은 이렇게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해, 네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가정경제를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조언한다. 2월 초 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4만 부 남짓 팔렸다. 제목도 소박하고 표지도 소박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의 열기는 소박하지 않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돈이 주인 노릇을 하는 현실이 못마땅하다고 터놓고 이야기한다. “재테크 열풍은 사람들에게 ‘돈에 더 미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고도의 재무설계기법, 곧 ‘재테크’는 치열한 돈 만들기 경쟁에서 싸워 이기라고 우리들을 부추깁니다. (…) 돈 앞에서 인격도 체면도 상실한 것입니다. 과연 그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재무상담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저는 그들과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진보하고 있지만, 유독 돈에 대한 인식과 태도만은 자꾸 퇴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 대열까지 올라섰지만 정작 우리는 날이 갈수록 돈에 더욱 지배당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살면서도 더 불행해져 가고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은 허황한 대박의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가계파산을 당해 궁지에 몰린 한 가장이 매일매일 공들여 쓴 ‘가계부’를 보여주고 거기에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가계부 쓰기는 단순 반복이 아니다. 가계부를 씀으로써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중간중간 ‘재테크 뛰어넘기’라는 꼭지를 통해 ‘가정경제의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 ‘통장운용 전략’ 같은 구체적인 노하우를 알려준다. “나가 돈, 들어온 돈, 적기만 해도 달라진다.” “사교육비, 무리한 내집 마련이 악순환을 부른다.” “소득공제 때문에 카드를 긁는다고요? 소득공제 받으려다 지출만 더 늘린다.” 한때 파산했던 책 속의 아버지는 가계부에 쓴다. “가계부를 쓰면서 하나둘 만들어나간 희망 덕분에 마음만큼은 가난에 머물러 있지 않게 된 것 같다. 거창한 사업으로 큰볻을 벌 때보다도 잔잔한 행복이 주변에서 생겨나고 있다. 적은 돈이라도 정직하게 알뜰하게 모아가는 나 자신과 아내의 모습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직 우리 가운데 대부분은 그 단단한 행복을 이룬 아버지가 되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저를 위해 쓴 책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아닐까요.”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내가 쓴 돈이 따로 있어? 다 자기가 카드 긁는 바람에 비는 돈이지. 쓰는 사람 따로 정리하는 사람 따로야?”
“아니 그래도 여자가 집안 살림하면서 가계부도 안 쓰냐? 한 달에 생활비가 얼마 나가는 줄은 알아야지.”
“집안일이랑 애들 키우는 일이나 좀 도와주면서 그런 얘기 해.” 평범한 중간층 집안의 30~40대 부부 사이에 일어날 법한 말싸움이다. 돈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이 장면은 <아버지의 가계부>가 염두에 둔 한국 가정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늘 돈에 쪼들리고, 계획 없이 되는 대로 쓰고, 막연히 대박을 꿈꾸고, ‘잘 되겠지’ 근거 없이 낙관하고…. 이 악순환이 가정경제를 골병들게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가계재무전문가 제윤경씨가 쓴 이 책은 이렇게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해, 네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가정경제를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조언한다. 2월 초 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4만 부 남짓 팔렸다. 제목도 소박하고 표지도 소박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의 열기는 소박하지 않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돈이 주인 노릇을 하는 현실이 못마땅하다고 터놓고 이야기한다. “재테크 열풍은 사람들에게 ‘돈에 더 미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고도의 재무설계기법, 곧 ‘재테크’는 치열한 돈 만들기 경쟁에서 싸워 이기라고 우리들을 부추깁니다. (…) 돈 앞에서 인격도 체면도 상실한 것입니다. 과연 그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재무상담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저는 그들과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진보하고 있지만, 유독 돈에 대한 인식과 태도만은 자꾸 퇴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 대열까지 올라섰지만 정작 우리는 날이 갈수록 돈에 더욱 지배당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살면서도 더 불행해져 가고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은 허황한 대박의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가계파산을 당해 궁지에 몰린 한 가장이 매일매일 공들여 쓴 ‘가계부’를 보여주고 거기에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가계부 쓰기는 단순 반복이 아니다. 가계부를 씀으로써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중간중간 ‘재테크 뛰어넘기’라는 꼭지를 통해 ‘가정경제의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 ‘통장운용 전략’ 같은 구체적인 노하우를 알려준다. “나가 돈, 들어온 돈, 적기만 해도 달라진다.” “사교육비, 무리한 내집 마련이 악순환을 부른다.” “소득공제 때문에 카드를 긁는다고요? 소득공제 받으려다 지출만 더 늘린다.” 한때 파산했던 책 속의 아버지는 가계부에 쓴다. “가계부를 쓰면서 하나둘 만들어나간 희망 덕분에 마음만큼은 가난에 머물러 있지 않게 된 것 같다. 거창한 사업으로 큰볻을 벌 때보다도 잔잔한 행복이 주변에서 생겨나고 있다. 적은 돈이라도 정직하게 알뜰하게 모아가는 나 자신과 아내의 모습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직 우리 가운데 대부분은 그 단단한 행복을 이룬 아버지가 되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저를 위해 쓴 책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아닐까요.”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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