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원학교> 구혜경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000원
잠깐독서 /
아이에게 영어를 익히게 하려고 뉴욕으로 떠나는 가족은 많지만, 아이들을 대자연의 품에 뛰놀게 하겠다며 아프리카로 떠나는 가족은 드물다. 방송작가 구혜경씨는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 특히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7살 딸과 5살 아들을 데리고 탄자니아로 떠났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모험과도 같은 6개월의 기록을 이 책으로 남겼다.
아침엔 닭과 각종 새 울음소리에 잠이 깬다. 집안 화장실엔 민달팽이가 살고 낡은 페인트 통엔 아보카도 나무가 쑥쑥 자란다. 도마뱀과 사마귀, 딱정벌레 등이 말도 없이 불쑥불쑥 방문한다. 집은 대초원에서 야생동물이 한가롭게 노니는 국립공원에 이르는 골목길에 있다. 수령이 2000~3000년인 바오밥 나무도 만났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달에 4-5만원을 주면 가정부를 쓸 수 있다. 웬만한 음식은 농약이나 항생제를 쓰지 않은 유기농으로 가격도 탄성을 지를 만큼 싸다.
한편, 시시때때로 전기가 나간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신문도 없다. 다리미 하나 사는 데 한시간이 걸린다.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해도 마찬가지다. 바쁘다고 빨리 달라고 해봐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우체국에 우편함을 사고 매년 정해진 비용을 지불해야 우편물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가끔 “아빠가 보고 싶다” 또는 “한국말을 실컷 쓰고 싶다”며 “언제 집에 가냐”고 묻기도 한다. 밥에다 간장에 참기름을 넣어 비벼먹는 것도 사치스런 일이다. 하지만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녁즈음 바람이 많이 불면 ‘오늘 전기가 나가겠구나’라고 예측이 되고, 아이들은 쌀밥 달라는 소리도 하지않고 아프리카 음식을 손으로 잘도 먹는다. 느려터진 현지인들에 대해 성급한 마음이 들 땐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마음의 평상심을 유지하며 기다리다 보면 ‘지치거나 포기할 때 쯤’ 무엇이든 되는 ‘아프리카 타임’에 익숙해진다. 식당에서 갑자기 정전이 되도 음식은 입으로 잘만 들어간다. 외국인이라고 은근슬쩍 값을 비싸게 부르는 상인에게 현지어로 값을 깎아 현지인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애초의 목표였던 “자연이 정말로 훌륭한 장난감이자 선생님임을 확인”했다. 아이들은 모래만 가지고도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장난감 투정 한번 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그 시간은 우리 인생의 황금 광맥이며, 이제 그곳은 또다른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됐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들은 기꺼이 이들에게 스스럼없는 친구가 돼 주었고 아이들도 그만큼 훌쩍 성장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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