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물결> 자크 아탈리. 위즈덤 하우스 펴냄. 1만7000원
잠깐독서 /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게 인간의 숙명이라고 믿었다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할 지 모른다. 저자는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종횡무진 오가며 2050년 이후 인간과 세계의 운명을 그려낸다. 그가 말하는 미래의 물결이란 ‘하이퍼 제국’과 ‘하이퍼 분쟁’ 그리고 ‘하이퍼 민주주의’다.
수십년 이후 세계를 이 세가지 개념의 도식 속에 묶는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저자는 해박한 지식을 들이대며 그 개연성을 강조한다. 하이퍼 제국이란 시장의 힘 앞에 모든 게 무너진 상태를 말한다. 시장은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이 된다. 이런 세상이 오면 자연은 체계적으로 초토화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자유무역의 ‘대의’ 아래 국가의 조세·부동산 정책 수단까지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은 이 제국의 일단을 뚜렷히 보여준다. 하이퍼 분쟁은 제국의 자연스런 귀결이다. 시장이란 이름의 제국은 퇴행적 야만과 파괴적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제국과 분쟁은 제3의 미래 물결을 탄생시키기 위한 고통스런 잉태의 과정이다. 세계화는 절제되고 시장은 순탄하게 유지되지만 민주주의는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된 세계, 바로 ‘하이퍼 민주주주’라는 극락이다. 그의 픽션같은 논픽션의 결말은 해피엔딩인 셈이다. 극락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는 ‘트랜스휴먼’이다. 이타적이고 미래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세계를 물려주려고 애쓰는 이들이다. 멜리나 게이츠(빌 게이츠의 부인)와 테레사 수녀를 생각하면 된다. 시장과 전쟁을 선(善)이 대체하는 것이다. 이윤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관계의 경제’(relational economy)가 힘을 받는다. 소액대출기관이나 적십자사, 국경없는의사회, 그린피스 등이 바로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미래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는 한국이 세 나라를 묶는 북아시아공동시장을 주도해 만든다면 미래 중심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덕담했다.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선 △실질적 출산휴가를 보장해주는 가족정책의 개혁 △수업의 양을 줄이고 노동시장의 현실과 세계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교육 개혁 △외국인 인재들에게 국경을 개방하는 이민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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