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최재봉의 문학풍경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소설 〈요코 이야기〉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어판 출판사 쪽에서 이 책의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적어도 국내에서는 일단락되었다(〈한겨레〉 2007년 1월25일치 8면). 그러나 이 책과 이 책이 불러일으킨 파문은 문학과 현실, 기억과 역사, 교육과 미디어 등과 관련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표면적으로 논란이 수그러든 뒤에도 계간 〈비평〉 여름호가 ‘동아시아와 민족담론’이라는 특집을 꾸며 임지현 교수(한양대 사학과)와 윤상인 교수(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부)의 글을 실었고, 〈창작과 비평〉 여름호 역시 손종업 선문대 교수의 평론 ‘〈요코 이야기〉가 불편한 몇가지 이유’를 싣는 등 후속 논의들이 잇따랐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지식인들의 상호 비판과 상호 연대를 표방하며 2004년 발족한 ‘한일, 연대21’(대표 최원식)이 〈요코 이야기〉 파문을 다시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14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리는 ‘가해와 피해의 기억을 넘어서※〈요코 이야기〉 파문을 계기로’ 심포지엄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네 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토론이 이어지는데, 특히 요네야마 리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샌디에이고) 교수의 논문 ‘아시아계 미국인과 일본의 전쟁범죄’가 주목된다.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서 요네야마는 〈요코 이야기〉가 허구냐 자전이냐를 둘러싼 논점과 관련해 “〈요코 이야기〉는 픽션으로 인식되기 때문에(…)한 개인의 체험을 넘는 커다란 역사의 맥락에 대한 언급이나 이해, 역사의 비판적 검토나 성찰과 같은 것이, 텍스트에 대해서도 작가에 대해서도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요코 이야기〉가 작가의 어릴 적 체험에 기반한 자전적 소설인 만큼 크고작은 기억의 오류, 또는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범죄 등에 관한 무지와 누락은 용서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한 반박이다.
요네야마의 논문에서 좀더 흥미로운 것은 논란의 진원지였던 미국 사회에서 〈요코 이야기〉가 받아들여지는 맥락에 대한 비판적 지적이다. 그는 ‘가령 2차대전 직후 네덜란드에서 도망친 나치 가족 소녀의 고생담이 미국에서 〈요코 이야기〉처럼 무비판적으로 출간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출판사와 문학평론가 등이 아시아의 전쟁 피해에 무지하거나 무심하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를 표방한 미국의 교육 방침이 실제로는 편향된 역사 이해, 더 나아가 역사 왜곡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네야마는 마지막으로 올 2월 지은이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가 미국 보스턴 교외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현지 신문이 취한 보도 태도를 문제삼는다. 요네야마는 현지 신문이 “검은 스니커에 갈색 바지, 목 언저리까지 가지런히 단추를 잠근 블라우스의 간소한 차림”을 한 “우아한” 작가가 “7개의 한국 미디어”를 포함한 “성난 청중”과 회견을 했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요네야마는 이 보도가 왓킨스를 미국 동부의 교양 있는 중산층의 전형처럼 묘사한 반면, 한국 언론과 한국계 미국인들은 ‘분노’나 ‘항의’와 연결지음으로써 “타인에 대한 용서나 배려가 없는 사람들인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요네야마는 “이 보도 자체가 〈요코 이야기〉가 표상하는 편향된 한국인상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결론 삼아 썼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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