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
영화 〈연을 쫓는 아이〉를 시사회에 가서 보았다. 화려한 색채와 무늬의 연을 날리는 장면을 공중 촬영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원작인 소설의 서사를 ‘얌전하게’ 요약했다는 느낌이었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할레드 호세이니가 2003년에 영어로 발표한 첫 소설이다. 얼마 전에는 그의 두 번째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2007)도 국내에 번역돼 나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호세이니의 소설을 아프가니스탄 문학이라 말하는 데에는 어폐가 있다.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작품인 탓이다. 아프가니스탄 안에도 시인과 소설가들이 있을 테고 그들이 현지어로 쓴 작품들이야말로 말의 바른 의미에서 ‘아프가니스탄 문학’이라 일컬을 수 있을 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작가들이 자국어로 쓴 문학작품들은 우리에게는 전혀 생소한 영역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현실을 접할 수 있는 통로로서 호세이니의 소설은 그런 점에서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호세이니의 소설은 넓은 의미의 아프가니스탄 문학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해외의 한국계 작가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가령 미국의 이창래·수잔 최나 일본의 이회성·유미리·현월 같은 작가들은 비록 한국어가 아닌 영어 또는 일본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이들이지만, 그들 소설의 주된 소재와 주제는 역시 한국의 역사와 현실이다. 직접적으로 한국을 다루고 있지 않은 경우라도 ‘한국이라는 뿌리’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럴 경우 그들의 작품 역시 넓은 의미의 한국 문학 범주 안에 포함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재출범한 ‘세계한민족작가연합’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 단체는 본래 1999년 멕시코의 동포 시인 김호길씨가 주축이 되어 창립한 단체였다. 초대 회장은 고은 시인이었으며, 2005년부터 2대 회장을 미국의 고원 시인이 맡았으나 그가 얼마 전에 작고하면서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지난달 말 이 단체가 조직을 새로 정비하고 재출범을 선언했다. 고은 시인을 고문으로 모시고, 문학평론가 임헌영씨와 김호길 시인, 그리고 소설가이자 문학잡지 〈문학과 의식〉의 발행인인 안혜숙씨가 상임대표를 맡았다. 조직 본부를 한국에 두고 전세계 1500여 동포 문학인들을 포괄하는 ‘한민족 문학’의 조타수 노릇을 자임하고 나섰다. 해외에서 모국어로 활동을 하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현지어로 쓰는 이들까지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데에서 이 단체가 ‘넓은 의미의 한국 문학’을 지향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단체는 또 국내의 한국문학 및 외국문학 연구자들과 해외의 한국문학 연구자들도 회원에 포함시켜 한민족 문학의 이론적 모색 역시 병행하기로 했다. 1988년에 창간된 〈문학과 의식〉을 이번 봄호부터 단체의 기관지로 삼기로 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새로 나온 〈문학과 의식〉 봄호는 이에 따라 러시아 동포 작가 아나톨리 김을 작가특집으로 다루었다. 아나톨리 김의 러시아어 소설 〈수채화〉와 〈서울의 비너스〉 두 편을 번역 전재하고 김현택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의 평론과 소설가 송영씨의 글 ‘내가 만난 아나톨리 김’을 함께 실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단체 이름에서 ‘민족’을 빼고 한국작가회의로 새출발한 마당에 민족을 표나게 내세운 ‘세계한민족작가연합’의 재출범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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