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월드〉
■ 촛불의 배후는 바로 ‘네트워크’
〈스마트 월드〉
“촛불의 배후는 누구일까?” 지난 5월2일 촛불집회가 시작된 뒤 갈피를 못잡다 마침내 ‘고시’를 강행한 이명박 대통령이 읽어볼 만한 책이 나왔다. 미국 언어학자 리처드 오글의 <스마트 월드>가 그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턴트이기도 한 지은이는 복잡계 과학의 한 갈래인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창조성의 비밀을 찾고자 한다. ‘스마트 월드’란 바로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네트워크화하면서 생성된 유기체적 아이디어 공간’인데, 창조성은 이를 잘 이용할 때만 탄생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피카소의 그림,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 크릭과 왓슨의 디엔에이 비밀 해명 등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지은이는 또 책 서문에서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세계 최초의 와이브로 구축 등을 들며, 한국이 ‘스마트 월드’에서 비교 우위에 서 있음을 지적한다.
모든 창조성의 ‘배후’는 네트워크라는 지은이의 관점에 선다면, 촛불의 ‘배후’도 명백하다. 인터넷·와이브로와 함께, 6월항쟁(1987), 월드컵 거리응원(2002), 탄핵반대 집회(2004),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쓰레기처리장이 아니며, 우리도 일본인처럼 미국으로부터 소비자로 대접받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 이 모든 것의 ‘네트워크’가 촛불의 배후다. 대통령 필독 요망 도서. 리처드 오글 지음·손정숙 옮김/리더스북·2만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 논쟁 붙은 과학고전 ‘한눈에 쏙’
〈하리하라의 과학고전카페〉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는 시계를 비유로 들며 신의 존재를 주장했다. 시계처럼 정밀하고 복잡한 물체는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으며, 마찬가지 논리로 시계보다 훨씬 복잡한 생명체는 창조주의 의도적 설계가 있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페일리의 비유를 비튼 제목을 단 책 <눈먼 시계공>에서 시계와 생물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오류며, 생물은 ‘의도된 설계’가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다고 맞받아쳤다. <하리하라의 과학고전카페>는 도킨스의 책 <눈먼 시계공>처럼 현대 과학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고전들을 소개한 가이드북이다. 글쓴이는 먼저 다윈 이래 진화론 논의를 배경지식으로 설명한 뒤 <눈먼 시계공>의 쟁점을 짚어준다. 생물학적 요소를 복제하는 매개체인 유전자처럼 문화전달에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도킨스가 주장한 ‘밈’은 뒤에 따로 설명한다. 도킨스의 또 다른 저작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짧은 소개도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책에서 소개한 모든 고전들을 프리뷰-고전탐험-콘텍스트 확장-생각해볼 문제-더 읽어보기 순으로 장을 나누어 설명해 놓았다.
글쓴이는 자신의 책이 음식으로 치자면 애피타이저라고 적으면서 애피타이저만 맛보고 메인 요리인 고전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은희 지음/글항아리·각권 1만10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고통과 불안 속에 탄생한 명화들
〈포스트워 1945~2005〉
2차 세계대전 직후 폐허가 된 유럽의 모습은 극도로 비참하고 황폐했다. 전후 60년, 브라질의 3분의 2가 안 되는 작은 대륙 유럽은 지금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 냉전의 기원, 서유럽의 경제적 번영, 동유럽권의 몰락, 발칸 전쟁, 난민과 불법 이민 노동자…. <포스트워 1945~2005>는 2차 대전 뒤 잿더미에서 벗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럽 34개국 60년의 흐름과 사건을 정리하면서, 유럽이 분열과 전쟁을 딛고 다시 번영을 되찾게 된 배경을 추적했다.
유럽인들은 복지국가에 유럽연합을 통한 국가간 협력관계를 결합시킨 ‘유럽식 사회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은 전후 60년간 정치, 경제, 사상의 거대한 실험을 거치며 실패와 좌절도 거듭했지만, 유럽이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나 값싼 상품으로 세계시장을 휩쓰는 중국이 갖지 못한 공존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보여준다. 지은이는 유럽의 역사가 주는 교훈으로 좌파는 계급을 뛰어넘어야 하고, 우파는 시장 너머 사회적 자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사 청산, 공기업 민영화, 이주노동자 문제 등 유럽이 이미 겪었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준다. 토니 주트 지음·조행복 옮김/플래닛·각 권 3만2000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2차대전 이후 ‘유럽의 성공신화’
〈파워 오브 아트〉
천재적 미술가들의 일생은 괴팍한 난봉꾼들의 ‘인정투쟁’이기도 하다. 연애라 하기도 힘든 난잡한 성생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폭력기질, 권력자의 후원을 간청하면서도 뒤에서는 그들을 비웃는 이중성까지, 위대한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의 대부분은 이상 인격의 소유자라 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자 세계적 미술사학자인 사이먼 샤마는 그들의 불안한 영혼에 주목하여 그들이 남긴 최고의 예술을 설명한다. 카라바조, 베르니니, 렘브란트, 다비드, 터너, 고흐, 피카소, 로스코 등 8명의 미술가들을 책에 담았다. “화가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구현하는 순간”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대목들이 특히 돋보인다. 이는 다시 “미래에 대한 낙관과 결연한 의지로 무장한 전사들이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결국 승리하는 장면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미술사를 공부한다기보다 여러 편의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 듯한 쾌감이 여기서 비롯된다. 이 책은 <비비시>(BBC)가 제작했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했다. 해박한 진행으로 방송을 이끌었던 샤마는 책에서도 대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역동적인 장면 전환을 바탕으로 방송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심미안을 보태 새로운 매력을 장착했다. 방송을 접했건 접하지 못했건, 어느 독자나 쉽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사이먼 샤마 지음·김진실 옮김/아트북스·3만60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하리하라의 과학고전카페〉
글쓴이는 자신의 책이 음식으로 치자면 애피타이저라고 적으면서 애피타이저만 맛보고 메인 요리인 고전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은희 지음/글항아리·각권 1만10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고통과 불안 속에 탄생한 명화들
〈포스트워 1945~2005〉
〈파워 오브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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