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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학의 새 동반자, 인터넷

등록 2008-08-15 19:00수정 2008-08-15 19:04

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연재했던 황석영씨의 소설 <개밥바라기별>이 서점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정이현씨가 8월 들어 인터넷 교보문고 사이트에 새 소설 <너는 모른다>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황석영씨에 앞서서는 박범신씨의 <촐라체>가 네이버 연재를 거쳐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다.

전통적으로 소설 연재는 잡지와 신문의 몫이었다. 특히 신문은 신춘문예와 연재소설, 그리고 문학상 제도를 통해 문학을 직·간접 지원해 왔다. 여기에는 같은 활자매체로서의 동질감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신문에서 연재소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현재 중앙 일간지 가운데 본격 소설을 연재하는 신문은 전무하다. 한 신문에서 현대물과 역사물 두 편의 연재소설을 동시에 연재하던 ‘좋았던 옛 시절’과 비교되는 현실이다.

신문에서 소외된 작가들에게 새롭게 열린 발표의 장이 바로 인터넷이다. 박범신·황석영·정이현씨의 잇따른 시도는 그동안 장르물과 아마추어 문사들이 독점해 오던 인터넷 공간이 전문 작가들의 본격 소설과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물론 인터넷 연재에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댓글 형식으로 즉각 표출되는 독자들의 반응은 작가를 위축시키거나 심지어 작품을 애초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인터넷과 본격 문학의 만남은 계속되어야 한다. 황석영씨는 5년의 망명에 이어 다시 5년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나온 이듬해인 1999년 봄에 시인 이문재씨와 나눈 대담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컴퓨터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자의 변용이니까요. 컴퓨터는 하나의 언어입니다.(…)이 변화된 언어를 받아들이고 사용하지 않겠다면 세계와의 소통을 중지하겠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일단 이 속에서 숨통을 열어야만 합니다.”

황석영 특유의 현실주의와 낙관주의가 만져지는 이 말에서 ‘컴퓨터’란 곧 ‘인터넷’으로 바꿔 이해해도 무방하다. 컴퓨터 속에서 숨통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은 <개밥바라기별>의 인터넷 연재를 예고하는 듯하다.

정이현씨의 <너는 모른다>는 애초에 잡지 <문학동네> 2007년 겨울호에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가 중단한 작품이다. “시체가 발견된 것은 오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전 열시경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 <너는 모른다>는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빌라에 사는 일가족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허리에 돌멩이를 매단 채 한강에 떠오른 남자의 사체는 이혼과 재혼, 이복 오누이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 가족의 일상 속 비밀을 폭로할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와 네이버가 장편소설을 연재하기 전부터 단편소설과 시, 평론 등을 게재한 사이트가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나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문장’(munjang.or.kr)이 그곳이다. 문학나눔사업단은 이와 함께 매주 한 차례씩 기성 문인의 시 한 편과 산문 한 대목씩을 글과 낭독으로 소개하고 짧은 해설을 곁들인 콘텐츠를 신청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는 ‘문학 집배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신문과 연재소설의 관계가 소원해진 반면, 인터넷이 문학의 새로운 동반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촛불을 밝힌 인터넷이 한국 문학의 촛불로도 구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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