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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외규장각 도서 반환 다시 박차

등록 2006-06-05 07:03수정 2006-06-05 07:15

한총리 프랑스방문때 요청 방침
의원 31명 오늘 ‘촉구서한’ 전달키로
최근 일본이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47책을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국에 반출된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왕실 도서 297권도 이른 시일 안에 되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회 윤리위원장인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4일, 같은 당의 임종인·윤호중·이광재 의원을 비롯한 권오을(한나라당)·이낙연(민주당)·권영길·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31명이 연대서명한 ‘외규장각 도서 즉각 반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5일 오전 주한 프랑스대사관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편지의 수신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으로 돼 있다.

의원들은 반환촉구 서한에서 “프랑스 군대가 도서를 빼앗아 간 강화도 사고는 조선 왕조의 공식 문서보관소로, (도서 약탈행위는) 외국 군대가 파리 국립박물관을 점거하고 문화재를 약탈하는 이치와 같다”며 “올해는 두 나라가 수교한 지 120돌을 맞는 특별한 시점인 만큼, 두 나라 동반자 관계에 장애가 되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를 올해 안에 반드시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의원들은 이어 “프랑스 군대가 약탈한 도서와 ‘의궤’(왕실이나 국가의 주요행사 내용을 정리한 책)는 ‘기록문화의 혁명’이라고 평가받는 세계적 문화재로, 유네스코에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학문·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산”이라며 “1970년 유네스코가 제정한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과 1995년 제정된 ‘도난 또는 불법 반출된 문화재 반환에 관한 협약’에 따라 외규장각 도서는 반드시 반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따로 논평을 내어 “1993년 당시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를 반납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문화대국 프랑스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수치스런 행동”이라며 “프랑스 정부가 반환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권의 이런 목소리는 때마침 6일 예정된 한명숙 국무총리의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나와 주목된다.

한 총리도 여야 정치권의 이런 목소리를 고려해 이번 프랑스 방문 기간에 프랑스 주요 정치지도자들에게 외규장각 도서의 조속한 반환을 공식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7일 시라크 대통령과 8일 빌팽 총리와의 연쇄 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가 주요 의제로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특히 외규장각 도서가 보관 중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한 총리가 방문해 직접 열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올 2월부터 외교통상부를 통해 프랑스 당국과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을 물밑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관련학계에서도 한 총리의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이미 지난달 말부터 프랑스 현지에서 반환 협상을 중간점검하는 등 실사작업을 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프랑스군, 병인양요때 340여권 약탈
외규장각 도서는…93년 미테랑 한권 반환

외규장각은 조선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하기 위해 1781년 강화도에 세운 왕실 부속 도서관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역대 왕이 읽었던 ‘어람용’ 서적을 비롯한 왕실 및 국가 주요행사 내용이 정리된 ‘의궤’ 등 모두 6천여권 이상의 각종 서적과 유산이 보관돼 왔다. 그러나 고종 3년인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탈한 프랑스 군대에 의해 어람용 도서와 의궤 등 340여권이 약탈되고 나머지 5천여권은 모두 불에 탔다.

당시 프랑스군이 약탈한 도서 가운데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191종 297권이다. 이 가운데는 한국에도 필사본이 없는 ‘유일권’이 63권에 이른다.

우리 정부는 1992년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를 프랑스 정부에 처음 제기했는데, 1년 뒤 고속열차 ‘테제베’ 구매협상이 오가던 시기에 한국을 방문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해당 도서를 반환할 수 있다는 뜻을 우리 쪽에 처음 내비쳐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테랑 대통령은 반환 의지를 입증하는 징표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외규장각 도서 한 권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의 반환 약속은 이후 프랑스 국내 문화·예술계의 반발에 밀려 이행되지 못하다, 2001년 두 나라 민간대표단 협상에서 한국에 필사본이 없는 63권을 ‘영구 임대’ 방식으로 반환하기로 잠정 합의가 이뤄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1년 잠정 합의안’은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어람용 도서(임금이 보는 책)와 한국에 있는 비어람용 복본을 상호 교류하자는 교환 방식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에는 국내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을 때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가 다시 핫이슈로 제기됐지만, 두 나라 간 반환 협상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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