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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세대공감 올드앤뉴>와 <스펀지>는 역설이 성공한 사례였다. 언어 파괴의 주범인 방송이 옛말을 되살리고 새말을 바로 잡으려 했다는 점과, 보는 사람 바보 만든다는 ‘바보 상자’가 톡톡 튀는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오락 프로그램의 틀거리를 적절히 이용해 무심한 이들의 눈길을 쥐어잡기까지 했다. 오락과 정보의 완벽한 결합으로 이른바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프로그램의 성공을 낳았던 터다.
<세대공감 올드앤뉴>가 소개한 인터넷 말들의 뜻을 통해 기성 세대는 신세대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신세대는 잊혀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스펀지>도 이색적이고 쓸모있는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했다.
두 프로그램이, 낯간지럽거나 얄팍한 웃음만으로 장사했던 오락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공익적 효과에만 치우쳐 오락적 재미에 소홀했던 이른바 공익적 오락프로그램들과 견줘,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오락 프로그램의 지평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성공은 교만을 부르나 보다. 두 프로 모두 애초의 기획의도가 서서히 퇴색하며 여느 오락프로와 다를 바 없는 수준에 이르기 시작했다. 언제인가부터 <세대공감 올드앤뉴>는 패널들의 우스갯소리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돼버렸다. 옛말과 새말의 세대간 교류보다는 유치찬란한 출연자들의 말장난이 핵심에 자리잡았다. 주객전도다. <스펀지>도 신선미가 떨어져가고 있다. 흥미를 유발하는 유용한 정보는 점점 사라지고 눈길 잡기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라고 할까.
<세대공감 올드앤뉴>는 기획의도를 잃은 데 더해, 영화 홍보마당으로 돌변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연예인 신변잡기식 수다 프로그램에 줄지어 출연한 배우들이 또 한 곳 <세대공감 올드앤뉴>를 들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옳은 말 가르치는’ 아나운서가 프로그램 내내 꼭두각시처럼 앉아 있지만 남발되는 비속어를 생각하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언어를 통한 세대간 소통이 들러리일 뿐이고, 연예인 신변잡기와 영화 홍보 마당으로 본질이 바뀐 것과 같다.
<스펀지>도 사고를 쳤다. 에탄올과 계피를 이용해 진드기 퇴치제를 만드는 법을 소개했는데, 에탄올을 냄비에 담아 직접 가열하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이를 그대로 따라했고 화재와 화상의 피해가 잇따랐다. 제작진은 실제로는 에탄올을 중탕으로 가열했지만 진드기 퇴치 영상에 신경을 쓰다보니 중요한 안전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기에 한번의 실수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실수 이면에 애초 성공한 기획 의도의 배반이 이뤄지고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된 문제는 정보와 오락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할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균형을 잃었다는 데 있다. 화려한 성공에 정신없이 취하다보면 가는 길을 잃고 비틀거리기 마련이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할 때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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