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에서 취재한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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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합신센터’는 간첩제조공장?
<뉴스타파>, ‘합신센터’는 간첩제조공장?
경기도 시흥시의 한 국가시설. 높은 담장과 철조망으로 이중 삼중 보호막이 쳐졌고,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카메라를 꺼내자마자 건장한 남성들이 주변을 에워싸면서 거칠게 카메라를 밀어버린다. 이곳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국내로 들어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바로 국가정보원 주관의 중앙합동신문센터다.
이곳에는 해마다 북한이탈주민 2천여명이 들어와 길게는 6개월씩 조사를 받는다. 형식적인 목적은 보호조치를 위한 행정조사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주민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며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불안한 신분 탓에 변호인 선임, 면회나 편지 교환 따위를 전혀 할 수 없다. 거의 감금 상태에서 강압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간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아무개(2012년 입국)씨는 “옆 사람과 말도 못 하게 하는 것은 북한 구류장과 비슷했다. 나이 어린 직원들의 반말은 예사였다”고 증언했다. 박아무개(2008년 입국)씨는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한 달 동안 독방에 갇힌 채 국정원 조사관들로부터 간첩이라고 자백하는 진술서를 쓰라고 매일같이 요구받았다. 간첩이 아니라고 말하자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다. 그냥 죽자고, 운동복 끈을 목에 거는 순간 경찰관이 들어와 시도를 못 했다.” 실제 2012년 12월, 한아무개씨가 조사를 받다가 간첩이라고 자백한 뒤 샤워실에서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도 이곳에서 179일이나 조사를 받았다. 유씨는 “너무 때리고 맞아 무섭고, 마지막에 버티다가 할 수 없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 합동심문센터가 문을 연 뒤 이곳에서 조사를 받은 북한이탈주민 12명이 간첩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51명이 간첩으로 기소됐으니 4명 가운데 1명이 합동심문센터 출신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합동심문센터는 ‘한국의 관타나모’, ‘간첩제조공장’이라고 불린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와 인권 유린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제2의 유우성과 유가려는 언제라도 나올 수밖에 없다.
박종찬 <한겨레티브이>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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