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지하 4층에 설치된 테슬라 전기차 급속충전기 슈퍼차저(Supercharger)에서 '테슬라 모델S'가 충전되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가 2024년 말까지 미국 내에서 자사 초고속 충전 인프라 ‘슈퍼차저(Supercharger)’ 일부를 다른 회사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테슬라가 이미 슈퍼차저를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에서 타사 전기차 충전 데이터 수집 등 다른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2024년 말까지 17만700개의 미국 내 슈퍼차저 가운데 7500개를 모든 전기차가 사용하도록 개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슈퍼차저는 테슬라 전용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충전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따로 결제를 해줘야 하는 다른 충전소와 달리 충전 코드를 연결하면 사용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과금이 되는 등 편의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 최종 조립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부품의 55%가 미국산일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규정을 확정 발표했다. 미국 전역에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해 75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표준 방식인 ‘합동 충전 시스템(CCS)’ 방식을 따라야 하는데, 테슬라가 이 시스템을 적용해 슈퍼차저를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슈퍼차저는 시시에스(CCS)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가 2020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악셀 슈프링거 어워드'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테슬라가 보조금 수령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슈퍼차저를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속내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테슬라가 전부터 슈퍼차저 개방을 추진해오고 있어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슈퍼차저를 연내 다른 전기차에 개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공식 누리집에도 “테슬라 이외 전기차에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개방해 더 많은 운전자 차량의 전동화를 독려하는 것이 일관된 목표였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프랑스·독일 등 16개 나라에서 일부 슈퍼차저를 다른 전기차에 개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타 전기차 개방 슈퍼차저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테슬라가 슈퍼차저 개방의 목적으로 내세운 건 전기차 대중화이지만, 속내는 충전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때문에 억지로 개방했다기보단, 정부 지원금 정책에 맞춰 개방 계획을 앞당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슈퍼차저를 이용하려면 테슬라 플랫폼에 가입해야 해, 다른 전기차주들의 정보와 충전 데이터를 모으려는 목적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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