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2만원 초반대에 판매되던 수박이 한 통에 3만원대로 오르고, 참외는 10kg 한 상자에 6만원이 넘는 등 역대급 장마 피해로 여름 제철 과일 값이 폭등했다. 사진은 지난달 마트 수박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윤아무개(44)씨는 최근 동네 마트에 수박을 사러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구매를 포기했다. 윤씨는 “지난달엔 2만원 초반대라 작년보다 저렴했던 수박이 몇 주도 안 돼 한 통에 3만원 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대신 참외나 복숭아를 살까 해서 봤더니 역시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서 슬그머니 내려놨다. 올여름엔 제철 과일을 실컷 먹는 작은 호사도 포기해야 할 듯싶다”고 말했다.
채소 가격에 이어 과일 가격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애초 봄철 저온 피해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던 사과·복숭아 등은 물론, 그나마 가격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던 수박과 참외도 ‘역대급’ 장마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탓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수박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3만1720원으로 한 달 전 2만344원에 견줘 56%나 올랐다. 평년에 견줘 수박 가격이 비싼 편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172원과 비교해도 21%나 더 비싼 수준이다.
역시 여름 제철 과일인 참외도 가격이 비싸기는 매한가지다. 4일 기준 참외(10kg)는 6만6860원으로 1주일 전 5만7980원에 견줘 15% 이상 올랐다. 한 달 전(3만5164원)과 비교하면 무려 90% 이상 뛰어 거의 두 배 가격에 달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1년 전 4만4484원보다도 50% 이상 높은 가격이다. 백도 복숭아(4kg)도 한 상자에 3만160원으로, 1주일 전(2만4060원)보다 25%나 올랐으며, 이는 1년 전(1만8482원)에 견주면 63% 이상 비싼 수준이다. 사과도 여름철 수확하는 아오리(쓰가루) 10kg에 5만6920원으로, 1년 전(4만3600원)보다 30% 이상 비싸다.
앞서 지난달 초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수박과 참외의 출하량이 각각 전년 대비 3%, 14% 증가해, 수박은 2만3천원 수준, 참외는 2만4천~2만6천원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달 말 닥친 ‘역대급’ 장마로 피해가 확산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이 때문에 제철 과일을 포기하고 냉동 과일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조아무개(41)씨는 “과일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애플망고·블루베리·딸기 등 종류도 다양하고 보관도 편리한 냉동 과일을 왕창 사다가 주스, 스무디, 빙수 등을 만들어 아이들 간식으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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