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협회 사무실에서 최저임금 인상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된 이후, 편의점을 비롯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분노가 최저임금 인상률 자체보다는 가맹 본사의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옮겨붙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이른바 ‘을들의 다툼’에서 벗어나 대기업·가맹 본사를 겨냥한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16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서울 보문동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혁과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또다시 갈등만 커질 것”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가맹 수수료 인하, 근접 출점 행위(250m 안에 다른 편의점이 입점하는 행위) 중단,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편의점가맹점협회는 씨유(CU), 지에스(GS)25, 세븐일레븐 등 전국 편의점 4천~5천곳의 점주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은 앞서 예고한 ‘동맹휴업’에 대해선 “을과 을의 싸움을 원치 않는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 편의점주들의 요구 가운데 ‘가맹 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행위 중단’ 등은 새로 나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은 매출의 평균 30~35%를 본사 가맹 수수료로 내고 있다. 이런 비용 부담을 줄여달라는 요구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다른 비용 부담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 없이 최저임금 인상만을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로 ‘2020년 1만원 공약’이 무산된 상황인데도 가맹점주 ‘을’과 아르바이트 노동자 ‘병’끼리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편의점 본사의 무분별한 확장 전략도 가맹점주들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한집 건너 편의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의점은 급격한 속도로 늘어왔다. 2010년에 1만7천여곳이었던 편의점은 2016년에는 3만2600여곳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4만곳을 넘어섰다는 추정치까지 나왔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고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도 5만6천여곳 수준이다. 이에 2010년 편의점 1곳당 인구수는 2983명에서 2016년 1585명으로 줄었다. 자연스레 경쟁은 치열해지고 점포당 수익구조는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편의점은 카드 수수료도 평균 2.3%로 대형마트의 0.7%보다 비싸다.
이날 파리바게뜨·뚜레쥬르·본죽·설빙 등의 가맹점주들이 모여 만든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가맹점주의 부담이 모두 최저임금 때문에 발생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의 정종열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점주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가맹 수수료도 큰 고통 가운데 하나다. 전국의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내는 가맹 수수료가 2조5천억원이나 되는 만큼, 가맹 본사는 이 가운데 일부를 다시 점주들에게 돌려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카드 수수료는 겨우 0.2% 인하되었고, 가맹 수수료 인하나 임대료 인하도 전무하다”며 “지배계층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 간 싸움을 조장하거나 범법자화시키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카드 수수료를 가맹점 단체가 직접 협상하도록 하고, 가맹사업 필수물품의 범위를 최소화해 부당한 물품 강요를 금지해야 하며, 상가임대차 갱신요구권을 기존 5년에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상가임차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전체 자영업자 600만명 가운데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60만명 정도다. 나머지 440만명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전체 자영업자가 망한다는 주장은 침소봉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선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도 본사 가맹 수수료나 부동산 임대료, 카드 수수료가 최저임금보다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본사 가맹 수수료 1%만 낮춰도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월평균 20만원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편의점 회사들은 가맹점 지원을 위해 전기 사용료 지원, 최소 소득 보장, 생계자금 지원 등 상생 방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가맹 수수료 인하를 발표한 업체는 아직 한곳도 없다. 한 대형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3~4%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가맹 수수료까지 내리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미 영업이익의 3분의 1 정도를 상생을 위한 자금으로 쓰고 있어 사실상 수수료 인하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회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가맹 수수료는 회사와 점주 간 개별 계약이라 협회 차원에서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