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긴급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두고 경영계가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등화’ 등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많은 노동분야 전문가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별도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논의는 합리적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차등적용 등이 ‘최저수준의 임금 보장을 통한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중앙회는 최저임금 업종별(사업별)·규모별 차등적용 제도화와 일자리안정자금 현실화,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을 고려한 ‘수습제도 도입’ 등을 건의했다.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 요구는 영업이익 및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이나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지급능력을 고려해, 이런 곳에는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별도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도도 ‘최저임금 감액 적용’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쪽은 “이주노동자한테 수습기간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둬서 기본 체류기간 3년 가운데 1년 차에는 최저임금의 80%, 2년 차에는 90%, 3년 차에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차등적용 방안”이라며 “체류기간 3년을 다 채우기 전에 이직을 하는 이주노동자가 있고 단계적으로 임금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소기업 사업장 현실에 맞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법이 정한 임금의 하한선’인 최저임금마저 일하는 사업장의 규모나 국적에 따라 줄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 자체가 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지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규모나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방안은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감액 적용 요구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 경제에 가져다주는 실익이 없고,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시도”라고 비판했다.
내년도 ‘실질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어섰다(1만20원)는 중소기업중앙회 주장에도 적잖은 무리가 따른다. 이날 이흥우 중앙회 부회장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적 최저임금은 이미 1만원이 넘는다. 정부가 대책을 찔끔찔끔 내놓지 말고 아예 1만원에 초점을 맞춰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올해(7530원) 대비 820원 올린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한 주에 정해진 근무일수를 모두 채우는 노동자는 하루치의 임금을 주휴수당으로 받는다. 한 주를 기준으로 5일(하루 8시간×5일) 일하고, 실제로는 6일치 일당을 받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실질 최저임금 1만원 주장은 하루치 주휴수당을 쪼개서 산입해보니 시간당 최저임금이 내년 8350원에서 1만20원으로 뛴다는 것인데, 이는 주휴수당이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라는 점을 너무 가볍게 여긴 주장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때부터 주휴수당 지급을 전제하고 인상률을 결정해왔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주휴수당 포함하면 1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의 발언이나, 소상공인 노사의 자율협약에 따른 최저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은 더 심각하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일반적 임금은 노사 자율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헌법에서 최저임금 제도의 시행을 강제하는 것은 노동의 가치에 대해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는 보상하라는 취지”라며 “차등적용 주장 등은 이런 헌법 취지를 훼손하는 발상”이라고 짚었다.
최성진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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