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 6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손실보상 법제화를 위한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피해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유행에 뒤늦게 재원을 마련해 집행하게 되면 예측가능성은 물론 집행률도 떨어지고 형평성 논란까지 야기하기 때문이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0 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을 보면, 정부는 코로나19 재난에 대응해 지난해 네차례와 올해 두차례 추경 등으로 10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소득·생계 지원, 경제 회복을 목표로 지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형평성은 물론 실효성 논란을 일으켰다.
실제 정부가 최근 지급하고 있는 ‘희망회복자금’을 비롯한 소상공인 지원금은 매출 감소액이 큰 영세 소상공인보다 매출 감소액이 작은 소상공인이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 없이 사업이 추진돼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사업도 상당수다. 노점상 지원금은 올해 1차 추경에서 200억원이 편성됐지만, 6월 말까지 1억8천만원(0.9%)만 집행했다. 소상공인 지원금 역시 집행률은 75~95% 수준으로 2천억~1조8천억원의 집행 잔액이 발생해 다음번 사업으로 이월되기도 했다. 반면 의료기관 등 손실보상 사업은 추경으로 3500억원을 마련했지만, 모자라 예비비 5514억원을 이용했다.
사업 실시 이후에 성과 평가가 없는 점도 문제다. 본예산이 투입되는 ‘계속 사업’은 다층의 성과 평가 대상이지만, 추경으로 마련한 일회성 사업들은 평가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3차 추경으로 4082억원을 들여 지원한 통신비 지원사업 역시 별다른 평가가 없다. 소상공인 지원금도 추경 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같은 실정이다.
물론 지난 1년여의 경험을 통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도가 마련되고,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이 포함되는 등 진전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향후 위험을 대비한 뚜렷한 목표나 원칙은 세우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상공인에게 지원금이 됐든 보상금이 됐든 지원의 원칙이 무엇이냐”고 물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명확한 원칙이나 구체적인 회복 목표 수준은 언급하지 못한 채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백신 접종률을 높여도 코로나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코로나 불안정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원은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대책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을 마련할 때마다 정책 불신이 깊어지는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도 ““그동안 중구난방식으로 집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코로나가 장기화된 만큼 방역은 물론 지원 대책도 이전 경험을 토대로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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