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규직 노동자가 지난해보다 9만4천명 줄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64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4%로 역대 최대치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 2년 차를 맞이해 완만한 고용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해왔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니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돼 온 셈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1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2099만2천명 가운데 정규직이 1292만7천명, 비정규직이 806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전체 임금노동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격탄을 맞아 비정규직 비중이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는 임금노동자 수가 회복됐지만 그 증가분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면서 비정규직 비중이 전년(36.3%)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기업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종과 직위로 사람을 채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비정규직의 상당 부분은 정부 공공일자리 사업에서 나왔다. 올해 증가한 비정규직 64만명 가운데 22만8천명이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연령별로 보더라도 60살 이상이 27만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꾸라진 민간 영역은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 타격이 가장 컸던 숙박 및 음식점업은 증가도 감소도 없이 현상을 유지했고, 도·소매업도 3만1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 정부가 내놨던 진단과 사뭇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 중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가장 빨리 회복했고 가장 회복이 늦은 고용에서도 지난달, 위기 이전 수준의 99.8%까지 회복됐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용 질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주 36시간 이상의 전일제 근로자와 상용직 근로자도 어느 때보다 증가했다”며 “코로나19의 특수 상황에서도 고용만큼은 실질적으로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통계청 발표 내용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별도 설명 자료를 내어 “비정규직 규모는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관련 주요 근로여건 지표는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이 176만9천원으로 1년 전보다 5만8천원 늘어난 점과 비정규직의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가입률이 소폭 늘어났다는 점이 정부가 내민 근거다.
비정규직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응답자도 59.9%로 지난해(56.6%)보다 3.3%포인트 늘었는데 정부는 이 역시 비정규직 노동여건 개선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근로조건 만족, 안정적 일자리 등이 (비정규직 자발적 선택의) 주된 사유”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소일거리로 시간제 일자리를 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응답자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노동조건의 질적 하락을 내면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 외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긍정적 현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정부는 보다 면밀한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 ‘세계 랭킹’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별도 기준으로 집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Temporary workers) 비중은 지난해 한국이 26.1%로 전체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2017년만 해도 한국은 8위였는데 2018년 7위→ 2019년 4위로 점차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콜롬비아(27.3%) 다음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나라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민간의 움직임을 유도하려 애썼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악화되어 온 일자리의 질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릴 때라고 지적했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년은 민간 일자리가 사라져도 공공일자리를 찍어내며 버티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꾀하고 있는 만큼 일자리 정책도 전환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속에서 가장 타격을 입었던 이들의 고용 안정성을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박태우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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