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에서 두번쨰)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부 반대에도 ‘보유세 완화’를 연일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주문을 정부에 넣으며 검토를 요청했다. 정부도 울며 겨자먹기로 ‘검토’에 나섰지만 세부 방안을 놓고 당-정 간 줄다리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책 신뢰 훼손이란 부작용은 덤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종합부동산세법, 지방세법 등 다수 법률도 고쳐야 하는 등 실무적으로도 민주당과 이 후보 입맛에 맞는 수준과 시기에 보유세 부담 완화 조처를 정부가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일 <한겨레>가 접촉한 복수의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보유세 부담 완화 요구에 “여러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라 말했으나 세부 방안과 전략을 놓고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우선 이재명 후보 요구를 받아안은 민주당의 주문을 실현하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다. 한 예로 당의 주문 중 하나인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 때 올해 공시가격 적용을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을 바꿔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검토는 하겠지만 과거 기준으로 현재 세금을 매기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공시가격과 시세 간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일 계획이었다.
보유세 상한 완화도 당의 주문 사항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부세법과 지방세법을 고쳐야 한다. 현행 종부세법은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전년도 세액의 150% 상한을 두고 있다. 이 상한을 더 낮추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다른 당의 요구 사항인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 한시 납부 유예도 조특법 또는 종부세법을 수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당의 요구를 수용해 세법을 개정하더라도 그 시기는 내년 3월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가 된 뒤에야 보유세 부담 완화의 정도를 정확히 가늠해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후보와 당의 입맛대로 대선 전에 보유세 완화 조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방향’도 당정 간 엇박자가 뚜렷하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하향 안정화’라고 언급했다. 과거 일부 관료들이 개별적으로 가격 하향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정부 공식 문서에 부동산 가격 ‘하향’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통상 ‘시장 안정’이라고만 표현한다. 그만큼 현 정부가 내년 부동산 값을 끌어내리는 데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민경제 자문회의를 열어, “정부는 전력을 다해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세를 확고한 추세로 정착시키고 주택공급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견줘 민주당의 보유세 완화 주문은 이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 아닌가란 해석을 낳는다. 세부담 완화가 자칫 최근 들어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서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 매도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 나아가 (당의 주문대로 정책이 수정되면) 매도를 고려하던 다주택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혔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장기적인 비전 없이 세금만 깎아주겠다는 것은 시장이 바뀌면 세금 정책이 또 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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