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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사령탑 추경호, 최저임금·주 52시간·탈원전 ‘뒤집기’ 시사

등록 2022-04-11 17:53수정 2022-04-12 09:40

새 정부 경제 방향 읽는 세 가지 열쇳말
‘민간 주도·시장논리·작은 정부’ 3원칙 제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 사령탑으로 지명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선이 발표된 첫날부터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추 후보자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경제 방향 읽는 세 가지 열쇳말

① 민간 주도

추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공약에 맞춰 ‘민간 주도 경제성장 모델’을 강조했다. 추 후보자는 “지금까지 정부 재정 주도의 경기 대책이 있었지만, 경제 활력 회복이나 체질 강화의 중심은 여전히 민간이고 기업이고 시장”이라며 “기업이 어떻게 하면 활력 있게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 과제”라고 밝혔다.

역대 모든 정부의 목표였던 ‘규제 혁파’도 꺼내 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기업 규제를 ‘규제 전봇대’,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에 빗댄 것에 이어 추 후보자는 ‘모래주머니’ 비유를 들고 나왔다. 추 후보자는 “기업들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가급적 빨리 푸는 노력을 해야겠다. 모래주머니를 벗겨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추 후보자가 주도했던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수출진흥회의’를 모태로 한 이 회의는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시작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비선 실세 개입 의혹 속에 막을 내린 바 있다.

② 시장 논리

추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맹비판하며 ‘정책 뒤집기’를 시사했다. 추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시장이 감당 안 되는 정책을 가치·이념·진영논리로 강행했다”며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를 가지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탈원전 등을 “무리한 정책” 사례로 꼽았다.

정책 뒤집기의 기준으로는 ‘시장 논리’를 강조했다. 추 후보자는 “획일적으로 하니까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맞지만 풀어가는 방법이 시장에서 감당 가능하고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시장 논리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추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 정상화도 윤석열 정부의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시장 기능을 존중하고 시장 논리에 충실한 대책으로 가야 한다”며 공급 확대, 보유세·양도세 완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예고했다.

③ 작은 정부

재정운용에 대해서는 추 후보자의 평소 소신에 따라 재정 건전성 회복을 강조하며 재정준칙 도입을 약속했다. 다만 윤 당선자의 취임 직후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예고된 만큼, 이를 조율해나가는 것은 추 후보자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런 난제를 의식한 듯 추 후보자는 “재정준칙을 마련할 때도 특별한 경제위기 상황에는 일시적으로 예외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선 당장의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외적인 재정운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추 후보자는 재정 역할의 축소도 예고했다. 추 후보자는 “재정은 안보 태세를 튼튼히 하고 취약계층을 보듬는 쪽에 집중해야 하고, 미래를 위한 불확실한 투자나 기술개발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보완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굵직한 개혁 과제 안 보여…“현안 관리형 부총리” 우려

추 후보자는 당장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구조적인 문제가 반영된 굵직한 개혁 과제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적 연금개혁, 저출생 고령화 문제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그는 “시간을 두고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거나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실상 답변을 피해갔다. ‘기존 정책 뒤집기’와 ‘시장 논리 존중’ 외에 경제 정책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 후보자가 ‘관료’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경제학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드라이브는 강해지고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이 시작되겠지만, 관료 출신인 추 후보자에게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보수적인 ‘현안 관리형’ 부총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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