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한국거래소 제공
정부가 16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는 법인세와 보유세 이외에도 주식양도소득세 부분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등 각종 감세 방안이 담겼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추진되어온 금융 세제 개혁에도 역행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주식양도세 부분 폐지로 혜택을 보는 이들은 이른바 ‘슈퍼개미’다. 지금은 한 종목을 시가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1% 이상(코스피 기준)인 ‘대주주’에게만 양도소득세(20∼30%)를 매기는데 정부는 이 대상 범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정부안대로라면 개별 종목을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으로 보유한 투자자들은 매매 차익을 내도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해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이 된 투자자는 2020년 말 기준 약 2만7천명으로 전체 개인 투자자의 0.2%에 불과한데, 이를 더 줄인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연 5천만원 이상 주식·펀드·채권 등 양도소득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는 도입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던 금융 세제 개혁이 ‘일시 중지’되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는 유예하지만 증권거래세는 올해 0.23%에서 내년 0.2%로 선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패키지’로 연계되어 있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증권거래세 폐지 가운데 ‘감세’ 부분만 선택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세원칙으로는 거래세를 없애고 소득세를 매기는 것이 맞고, 금융투자소득세는 원칙에 맞는 방향의 세제개편이었다”며 “약간의 일정 조정은 가능할 수 있지만, 만일 둘 다 과세를 안 하거나 약화하는 쪽으로 간다면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업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업 상속 공제 특례도 보완한다. 이번 방향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가업승계 상속인에 대해 상속세 납부를 양도·상속·증여 시점까지 미뤄주는 납부유예 제도를 신설하는 방침도 담겼다. 이는 가업을 3, 4대 연이어 승계하거나 승계 뒤에 기업이 파산하는 등의 경우에서 사실상 상속세 면제 효과를 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기업의 연속성, 부자감세 우려, 부의 불균등한 상속 등을 다 고려해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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