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비롯해 무더기 감세 방침을 담은 윤석열 정부 첫 경제정책방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세수보완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창출되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하의 긍정적인 효과는 느리게 오지만 세수 감소는 곧바로 온다”며 세수 보완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경제정책방향 사전브리핑에서는 ‘대규모 감세’와 ‘재정건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정부의 묘안이 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건전재정을 강조해왔지만 첫 경제정책방향에 ‘재정준칙 법제화’ 외에 이렇다 할 재정건전화 대책이 담기지 않은 탓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결국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수 확보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도 같은 논리로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실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08년부터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25%→22%) 인하를 비롯해 모든 구간의 세율을 임기 내내 단계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적 요인 탓에 당시 법인세 인하가 투자·고용 창출 등 긍정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때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하가 ‘이론적으로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나아가 세수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법인세 인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는 나라 안팎으로 다양하지만 실증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합의된 결론이 없다. 법인세 인하로 인한 투자·고용 증대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데다 그중에서 ‘법인세 인하 몫’이 차지하는 비중을 발라내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법인세 인하가 고용이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느리고 미미하겠지만 세수는 바로 줄어든다. 구멍 난 세수는 어디서 벌충해야 할지 정부가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도 추진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출 구조조정은 모든 정부에서 의례적으로 추진되지만,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정은 매년 10조원 안팎으로 그리 크지 않다. 1년 나라 살림의 절반은 법으로 지출 의무가 정해진 예산이고, 나머지 예산 중에서도 약 30%는 인건비나 국방비처럼 삭감이 어려운 경직적 예산인 탓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석열 정부는 “재량지출뿐만 아니라 의무·경직성 지출도 강력히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무지출의 대부분은 복지 예산인만큼 윤석열 정부가 사회보장 지출을 대거 삭감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약속한 만큼, 어떤 사업을 줄여 대기업 법인세를 인하하려는 것인지 상충관계를 밝혀야 하지만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방향에 건전재정 기조를 위한 대책은 사실상 재정준칙 법제화뿐이라 상당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감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구조조정 대상은 복지 예산이 될 가능성이 큰데 어디에서 줄이려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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