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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낡은 MB노믹스 재탕…윤석열 정부, 재벌·부자 감세 시동

등록 2022-06-16 14:00수정 2022-06-17 02:41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세금 깎고 규제 풀어 투자 활성화하겠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대처할 전략 안 보여
“낡은 정책들 백화점식으로 내놨다”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성남/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성남/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대기업과 다주택자 감세에 시동을 걸었다. 기업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풀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공공(연금)·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탈세계화와 에너지 안보, 불평등 심화 등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처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 과거 보수 정부의 ‘재탕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새 정부는 당면한 복합 경제 위기 국면을 돌파하고 저성장 극복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주도 경제 운용 기조를 과감히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유·공정·혁신·연대를 경제 운용의 4대 기조로 정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제 복원’을 위한 4대 정책 방향을 내놨다. 민간 중심 역동 경제, 체질 개선 도약 경제, 미래 대비 선도 경제, 함께 가는 행복 경제를 임기 5년의 정책 방향으로 정해 저 성장을 극복하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추 부총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참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추 부총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참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핵심은 감세와 규제 완화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경제부총리 주도로 ‘덩어리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또 재정 지출 축소, 공공기관 기능·인력 조정 등 정부 역할을 줄이고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대학·금융·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연내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개선안을 만들어 연금 개혁에 착수하기로 했다. 반면 복지와 사회 안전망 쪽은 ‘생산적 맞춤 복지’라는 이름 아래 기초 생활 보장 급여 수급자 소폭 확대 등 취약 계층 위주로 기존 지원을 찔끔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인 ‘와이(Y)노믹스’는 이명박 정부의 ‘엠비(MB)노믹스’ 등 과거 보수 정부의 경제 정책와 판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당내 경선 상대였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이른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운다) 공약을 당의 공약으로 받아들였다. 이듬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따뜻하고 개방적인 시장 경제’를 표어로 내걸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와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정부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14년 전의 정책 기조가 이름만 바꿔달고 다시 등장한 셈이다.

경제 부처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규제 개혁, 구조 개혁 등은 20여년 전인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블록화, 그린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식량 무기화, 공급망 충격,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기조적 물가 상승) 등 경제 환경이 크게 변화했는데, 낡은 정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이전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뒤집는 주요 정책들은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해 여소 야대 국회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이날 정부는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2.6%,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7%로 각각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1.5%포인트 가라앉고 물가 오름폭은 2배 남짓 되리라는 것이다.

정부는 고물가와 생계비 부담 경감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처를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고, 월세 세액공제율과 무주택자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 원리금 소득공제 한도도 높이기로 했다. 1주택 보유자의 올해분 재산세를 감면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대출 한도를 올해 하반기부터 각각 80%, 6억원으로 확대한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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