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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장보는 건 똑같은데 지출만 늘었다…고물가에 실질소득 2.8% 줄어

등록 2022-11-17 17:37수정 2022-11-18 00:25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물가 만큼 소득 안 올라 가계형편 나빠져
공적이전소득 줄어 1분위 소득에 타격
우유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오른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유업체들이 이날 흰 우유 제품을 평균 6~9% 인상함에 따라 대형마트에서는 2천800원대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우유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오른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유업체들이 이날 흰 우유 제품을 평균 6~9% 인상함에 따라 대형마트에서는 2천800원대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올해 3분기 가계소득은 물가 상승세를 반영할 경우 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손에 쥔 화폐 액면가인 명목소득은 3% 늘었지만, 소득보다 물가가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실제 가계의 구매력은 감소한 것이다. 가계 지출 역시 소비에 쓴 금액은 6.2% 늘었지만, 실제 체감하는 소비는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물가 영향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구매한 상품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애초 최저 생계비로 빠듯하게 살고 있는 저소득층은 더 졸라맬 허리띠도 없어 고통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화폐 액면가로 표시되는 소득)은 486만9천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3% 증가했다. 반면, 고물가에 따른 통화 가치 변동을 감안할 경우 실질소득은 같은 기간 2.8% 감소했다. 실질소득은 3분기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소득이 그만큼 따라 오르지 않아 실제 가계의 경제 형편은 나빠진 셈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면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도 비슷한 추세로 가다가 지난해 3분기부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질 기준으로 전체 가계의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0.4% 줄었고, 사업소득(5.8%)과 재산소득(21.6%)은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전 국민 하위 88% 가구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했던 국민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공적이전소득은 30.2% 줄었다. 공적이전소득 감소는 특히 하위 20%인 1분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분위의 총소득 가운데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41.9%로 다른 분위와 견주어 압도적으로 높은 탓이다. 모든 소득 계층에서 실질소득이 일제히 하락했는데, 이 중 1분위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분위(-3.0%), 3분위(-3.1%), 4분위(-2.9%), 5분위(-2.0%) 모두 -2∼-3%대 감소를 보였는데, 1분위는 무려 6.5%나 줄었다.

이에 소득분배는 악화됐다. 올해 3분기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을 뜻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명목소득 기준)은 5.75배로 1년 전 같은 분기(5.34배)보다 0.41배포인트 늘어났다.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명목 소비지출(화폐 액면가로 표시되는 지출)은 270만2천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6.2% 증가했는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0.3% 늘었다. 나가는 돈은 전보다 늘었는데 실제 구매 내역은 이전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유가 인상의 영향을 직접 받는 운송기구 연료비의 경우 명목 지출은 20.7% 늘었지만 실질 지출은 0.3% 줄었다. 쓰는 기름은 그대론데 연료비만 늘어났다는 뜻이다. 채소류의 경우 명목 지출은 0.4% 늘었는데 실질 지출이 18.9%나 줄었다. 과거와 비슷한 액수를 지불하면, 구매가 가능한 채소량은 대폭 줄어든다는 얘기다.

고물가 국면에서 1분위는 누구보다 경제 형편이 안 좋아졌지만 씀씀이를 확 줄이지도 못했다. 실질소비를 분위별로 살펴보면, 1분위(-0.1%), 2분위(1.0%), 3분위(-1.1%), 4분위(1.6%), 5분위(0.1%) 모두 씀씀이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가계 지출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필수생계비’ 영역에서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지출을 더 많이 줄이는 양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애초에 저소득층은 소비를 더 줄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가팔랐던 육류의 경우 5분위는 지출을 16.9%나 줄였는데 1분위는 5.1% 줄이는 데 그쳤다. 난방 등 연료 관련 비용도 5분위는 12.3% 지출을 줄였지만 1분위는 겨우 1.7%밖에 줄이지 못했다. 보험 지출도 5분위에서는 12% 줄었지만 1분위에서는 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류의 경우 1분위는 지출을 18.3%나 줄였는데 5분위는 1.7% 늘었다. 신발도 5분위는 30.2%나 지출을 늘린 가운데 1분위는 5.2%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이미 최소한의 소비를 하고 있어서 줄일 여력도 없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안 좋아져도 소비 수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득이 많은 사람이 소비를 줄일 여유도 있다”며 “특히 이번 고물가 국면에서는 육류·과일류 등 식료품과 기름값이 많이 올랐는데, 모두 중산층 이상에서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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