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지분유, 대체 무슨 일이죠? 가격이 오른 것은 그렇다 쳐도 구할 수조차 없네요.”
소금빵 등 디저트를 판매하는 자영업자 조아무개(45)씨는 최근 ‘탈지분유 찾아 삼만리’ 중이다. 원래 공급을 해줬던 업체 쪽에서는 “물량이 달린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조씨는 “오프라인 마켓은 물론 온라인까지 싹 뒤졌는데, 온통 ‘품절’ 사인만 뜬다”며 “그나마 살 수 있는 제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도무지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6일 자영업자들 말을 종합하면, 빵·쿠키·케이크를 만드는 가게들이 최근 탈지분유 구하기가 어려워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홈 베이킹을 하는 소비자들 역시 탈지분유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마켓·11번가 등 이커머스에서도 서울우유 탈지분유는 물론 대체품인 뉴질랜드산 앵커 탈지분유까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도 탈지분유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마켓 갈무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탈지분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 지난해 말까지는 ㎏당 1만5천~1만8천원대까지 판매됐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원유 속 지방을 빼 가공하는 탈지분유 가격도 덩달아 오른 탓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마저도 구하기가 어렵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탈지분유는 ㎏당 3만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빵이나 디저트류를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밀가루·버터·설탕·생크림 등의 가격이 폭등한 데 이어 탈지분유 가격까지 올라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자영업자 이아무개(49)씨는 “온라인에 1㎏당 1만95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이 있기에 급히 주문했는데, 품절로 주문이 취소됐다”며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구할 수 있는 가격은 3만원대인데, 그렇게 구매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 카페나 베이킹 카페를 중심으로 ‘탈지분유 구한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도 탈지분유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11번가 갈무리
이렇게 탈지분유값이 오른 것은 지난해 사룟값이 폭등한 데 이어 극심한 추위로 원유 집유량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사룟값이 폭등하고, 12월엔 역대급 추위가 닥치면서 낙농가 집유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며 “원유를 원료로 우유, 치즈, 가공유까지 만들어야 하기에 탈지분유 수급이 불안정했던 것이 사실이라 품귀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탈지분유는 생산비도 건지기 어렵고, 대체제를 수입하는 회사도 있어 수익이 크게 남는 품목은 아니다”라며 “1월부터는 집유량이 조금 늘어난 상황이라 이달부터는 탈지분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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