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자장사’로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은행권에 이어 증권사에 대해서도 이자 및 수수료율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과 신용융자 이자율을 산정하면서 기준금리와 같은 시장 상황 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주식대여 수수료율도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졌다”며 “투자자 권익과 밀접한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체계를 합리화하고 공시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부터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긴 고객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신탁·예치되는데, 한국증권금융은 이를 이용해 얻은 투자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한다. 그리고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예탁금 액수와 당해 연도 금리에 근거한다.
금감원이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가 2019~2022년 고객 예탁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2조4670억원이고, 이 기간에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들의 수익률은 2020년 1.02% 2021년 0.8%, 2022년 1.94%로 최근 2% 가까이 올랐다. 반면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2020년 말 평균 0.18%에서 지난해 말 평균 0.37%로 증가하긴 했으나 일부 증권사는 인상된 기준금리를 시의적절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이용료율 산정기준과 지급시기 공시 서식을 마련하고 점검주기를 명확히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국은 주식대여 수수료율 지급방식도 개선한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증권사에 대여하는 경우,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기관에 대여하고 개인에게 주식대여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한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대여할 때 수수료 교섭력이 낮고 수수료가 공시되지 않아 적정 수준인지 인지하기 어렵다”며 증권사별·투자자 유형별 수수료율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외의 주식대여 수수료 산정방식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하락하고 있는데, 증권사가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는 신용융자 이자율은 상승 추세라는 점도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신용융자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금리에 가산금리를 얹는 방식으로 설정한다. 지난해 12월 평균 양도성예금증서금리는 4.02%을 기록한 뒤 이달 20일 평균 3.49%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 기간 신용융자 이자율은 8.87%에서 8.94%로 올라갔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신용융자 이자율의 산정체계를 점검하고 공시도 강화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유관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자·수수료율 부과 관행을 종합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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