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회원들이 2008년 1월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한국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체포된 스티븐 리(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언제 국내로 송환될까. 법무부는 빠른 송환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먼저 범죄인 인도 재판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범죄인 인도 재판은 미국 검찰이 미국 법원에 제기한다. 체포된 혐의자를 상대국에 인도할지 여부는 미국 법원이 결정한다.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은 지난 8일(현지시각) 이씨의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이씨의 보석 조건은 보석금 1000만 달러(약 130억원)와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자장비 부착, 가택연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보석을 계기로 범죄인 인도가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법무부는 “24시간 가택연금은 사실상 구금된 상태나 다름 없다. 재판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 재판에서 송환이 결정되더라도 강제 추방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주범 패터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더 존 패터슨은 1997년 서울 이태원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중필(당시 22살)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됐지만, 이미 미국으로 도주한 뒤였다. 법무부는 미국에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그는 2011년 5월 미국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법원은 2012년 10월 범죄인 인도 허가를 결정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패터슨이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한 것이다. 강제송환을 막거나 지연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패터슨의 청원은 2014년 6월 1심과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모두 기각됐고, 그해 7월 신청한 재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미국으로 도주한 지 16년 만인 2015년 9월 패터슨은 한국으로 송환됐고,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도 미국에서 체포된 뒤 국내로 송환되기까지 3년 6개월이 걸렸다. 그는 2004년 한국 검찰의 체포영장 발부로 미국에서 검거된 뒤 범죄인 인도 재판과 인신보호청원 등을 거쳐 2007년 국내로 송환됐다. 김경준은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7년,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벌금 100억 원에 대한 노역형 등을 합쳐 9년 4개월 동안 독방에 수감돼 형기를 채운 뒤 2017년 미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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