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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세사기 다가구 피해자에 공공임대 최장 20년 우선공급

등록 2023-10-05 17:10수정 2023-10-06 02:46

국토부, 특별법 사각지대 보완 방안
대환대출 소득 요건 연 1억3천, 대출액 4억으로 완화
지난 8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연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 내부 심의기준·회의록 등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연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 내부 심의기준·회의록 등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연 1∼2%대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제공할 때의 소득 요건이 연 7천만원에서 1억3천만원으로 완화된다.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다가구, 신탁, 근린생활시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주변 공공임대주택이 최장 20년간 공급된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넉달간 파악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추진되는 방안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 보증금 기준을 아예 폐지하거나 ‘선보상 후구상’ 지원을 담는 쪽으로 특별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이라 여야 간 공방이 예상된다.

■ 긴급한 주거 불안 해소에 초점

국토교통부가 5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보완방안’을 보면, 오는 6일부터 저리 대환대출 소득 요건이 1억3천만원으로 완화되고 보증금 요건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완화된다. 대출액 한도는 2억4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늘어난다. 기존 대환 대출 요건이 과도하게 엄격해 일부 피해자들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따른 조처다. 박병석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요건 완화로 맞벌이 부부 가구도 대환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리 대환대출은 기존 전셋집에서 불가피하게 계속 살아야 하는 피해자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 이자 부담을 낮추도록 지원하는 대책이다.

신탁사기 피해자와 다가구 주택, 근린생활시설 빌라 피해자들에게는 임차료가 시세 대비 30∼50%로 저렴한 주변 공공임대주택이 최장 20년간 우선 공급된다. 또 퇴거 위기에 놓인 외국인·재외동포 피해자들에게는 시세의 30% 수준으로 최장 2년간 거주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이 ‘긴급주거’ 대책 차원에서 지원된다. 이는 이들 일부 피해 임차인들은 특별법이 보장한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살고 있는 집을 경매에서 낙찰받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신탁사기 피해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없어 우선매수권이 애초에 생기질 않고, 다가구 주택 피해자들 또한 선순위 임차인과 후순위 임차인 사이에 경매에 따른 이해 관계가 엇갈려 우선매수권 행사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밖에 정부는 경매 개시를 위한 집행권원 확보(보증금 지급명령·보증금반환 청구 소송)와 회생·파산, 손해배상 청구 등의 법적 절차를 밟으려는 피해자에게는 법률 전문가를 연계해 법적 대응을 대행해주겠다고 밝혔다. 강서구 ‘빌라왕’ 사건처럼 사망한 임대인의 상속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피해자가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희망할 경우엔 심판청구 법률 절차를 지원한다. 또 현재는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해야만 피해자 신청접수가 가능한 불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신청 접수부터 결정 통지까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피해자 지원관리시스템을 개발한다. 또 이달부터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주요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결정문 송달 때 부결사유와 이의제기 절차에 대한 안내를 강화할 계획이다.

■ 같은 사기 당해도 계약일 따라 다른 결론

정부가 발표한 이번 보완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당장 살 곳을 잃게 되는 피해자들에게 위치, 크기, 임차료 등이 적정한 공공임대주택 공실이 적기에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현재 살던 곳에서 과도하게 먼 지역이나 작은 면적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될 경우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공공임대주택뿐 아니라 전세임대(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임차인 대신 전세계약을 맺는 방식)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임대주택이 지원되더라도, 피해자가 전세 보증금을 모두 잃고 쫓겨나야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신탁·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가령 하나의 다가구 주택에서 한명의 임대인에게 같은 전세사기를 당했더라도, 선순위 임차인(계약일이 이른 임차인)은 경매 배당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고 이사를 떠날 수 있지만, 후순위 가구는 보증금을 모두 잃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겨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가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보완 대책들을 꺼내놓은 것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맹성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피해자 임차보증금 기준 폐지가 담겼고, 허종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엔 정부가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채권을 매입해 구제한 뒤 매입 비용을 사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박병석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은 “정부는 선보상 후구제 지원은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성실히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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