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당업계가 “최근 국제 설탕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부담을 고려해 당분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에 나선 정부의 물가 잡기 총력전에 업계가 선제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다.
대한제당협회는 19일 입장문을 내어 “내년 초까지는 설탕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해에 견줘 35%가량 비싸고,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 가격 역시 48% 오른 상황이다. 이는 기상이변에 따른 사탕수수 작황 부진 탓이다. 사탕수수 주 생산국인 인도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줄자 인도는 설탕 수출을 제한했고, 타이·호주 등에서도 작황이 부진했다.
제당협회는 “국내 제당업계는 4개월 생산이 가능한 원재료(원당)를 확보한 상태지만, 지속해서 상승하는 원당 가격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우려하면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노력에 깊이 공감했다. 설탕을 사용하는 가공식품을 비롯해 전반적인 서민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내 설탕에 대한 관세를 일부 낮추고, 국제가격 동향을 주시해 국제 설탕 가격이 국내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높은 국제 설탕 가격이 국내 설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또한 오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한훈 차관 주재로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씨제이(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웰푸드, 에스피씨(SPC), 오리온, 풀무원, 동원에프앤비(F&B) 등 16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농식품부의 잇따른 발언과 간담회 개최 등을 놓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해석한다. 최근 우유, 맥주 등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급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정부 압박에 라면 업계는 물론 제분업계, 제과·제빵 업계까지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선 사례에서 보듯, 이번에도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뜻 아니겠냐. 원자재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총선을 앞두고 물가관리 총력전에 나선 정부 방침을 거스르기 어려워 난감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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