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 계열사를 줄이겠다고 했던 카카오가 최근 2년 반 사이 계열사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수 창업자가 공언한 골목상권 철수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모두 144개로, 2021년 2월(105개)과 비교하면 2년6개월 만에 37.1%(39개) 증가했다.
앞서 카카오는 2018년 기준 65개 수준이었던 계열사를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빠르게 늘려,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지배력을 남용해 골목상권에 진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카카오는 2021년 9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에서 손을 떼고 3천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마련, 경영권 승계 의혹이 있던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 기업 전환 등을 뼈대로 한 상생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2021년 10월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김 창업자는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비판에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 부분이 좀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철수가 확인된 골목상권 관련 카카오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포유키즈 장난감 도매업 2개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월에는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연말까지 30∼40개 계열사가 줄어들 것”이라고, 계열사 정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138개였던 카카오 계열사는 올해 2월(126개)까지 12개 줄었다가,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오히려 반년 만에 18개 늘었다.
강 의원은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업종 철수나 계열사 감소 공언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수익 극대화만 치중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카카오 진출 업권별 독과점 실태 조사를 강화하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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