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상속세 완화 추진을 시사해 ‘부자 감세’ 논란이 커진 가운데, 18일 대통령실이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단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 발언으로 상속세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상속세를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단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따로 상속세 관련 정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 상속세 할증 체계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하며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즉각적인 개편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성 실장은 “상속세는 국민이 합의해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며 “일방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 실장의 이날 발언은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 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부자 감세에 다걸기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해 국세수입 감소로 55조원가량 세수결손이 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세수 확보 여력을 낮추는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자 ‘정부가 외쳐 온 건전재정과 상충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성 실장은 이날 “대규모 세수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어 “최근 발표된 조세정책 과제들은 투자‧소비 등 내수경기 회복과 성장을 뒷받침하고 세원을 근본적으로 확충해 성장-세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와 상속세 등 세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싸잡기’하는 것부터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가장 근본적 요인은 지정학적 문제와 기업의 성장세 약화,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라며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세금 문제를 연결시키려는 것은 억지스럽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