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5’
게이머 자발적 참여·진행
오락실 격투게임 등 다양
오락실 격투게임 등 다양
게임 세상 /
2005년 4월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한 오락실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들어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중·일 등 여러 나라 격투게임 고수들이 모여 승부를 겨루는 ‘투극05’ 한국 예선전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이름난 게이머들이 예선을 거쳐 모여들었다.
이날 그들이 대결을 벌인 종목은 격투게임인 ‘철권5’(포스터). 고수들이 화려한 기술을 구사할 때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는 환호와 한숨이 엇갈려 나왔다. 이날 한국 대표로 선발된 박현규씨(닉네임:NIN)는 그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본선 대회에서도 최강자가 됐다. 일본인을 제외한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우승한 경우다.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박씨의 우승기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만큼이나 전설적인 이야기다.
수억원의 상금이 걸린 화려한 게임 대회뿐 아니라 크고 작은 언더그라운드 게임 대회들도 있다. 주로 게이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오락실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격투게임 대회가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해마다 일본에서 열리는 격투게임 대회 ‘투극’이 가장 유명하다. 대회에서는 ‘철권’뿐 아니라, ‘스트리트파이터’ 등 여러 게임이 벌어진다. 각 나라에서 예선전이 열리고 일본에서 본선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경기 내용을 담은 디브이디나 잡지를 판매해 행사비를 충당하는 등 철저한 언더그라운드 대회를 지향한다.
지방 중소 오락실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진행되는 게임 대회도 있다. 참가자가 보통 50명에서 많을 때는 200명까지, 대회 규모도 다양하다. 요즘은 이런 대회의 경기 장면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등 프로리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프라인 대회 대신 인터넷 대전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랭킹배틀 토너먼트’도 활성화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에서도 소규모 대회가 운영되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레나 토너먼트’, ‘리니지 토너먼트 대회’ 등이 유명하다. 이 대회는 게임사에서 마련한 통합 서버에서 각 서버의 고수들이 모여 승부를 겨룬다. 모든 서버를 통틀어 최강의 캐릭터를 가리는 대회인 만큼 게이머들의 참여율도 높다. 또 프로리그를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높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최근 많은 온라인 게임사들이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를 열고 있다.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게임 대회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편중된 국내 게임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감초 구실을 하고 있다.
이덕규/〈게임메카〉(www.gamemeca.co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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