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한달 여 만에 정부가 5일 후속 조처를 내놓으며 ‘풍선 효과’ 차단에 나섰다. 집값 안정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대표가 전날 강한 어조로 ‘지대 개혁론’을 앞세운 배경과 맞물려 보유세 인상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촉발된 ‘부자증세’ 논의에 이어, 보유세 인상 논의에도 군불을 지피고 나섰다. 추 대표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처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로 징세를 강화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대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인인 고삐 풀린 지대를 그대로 두고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토지는 토지대로,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민생 현장 곳곳에서 불평등과 양극화의 고통을 전가하는 지대 추구의 덫을 걷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특히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이론까지 인용하며,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지대가 함께 높아진다면 임금과 이자는 상승할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은 단순히 임금을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당 안팎에선 이런 추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초 보유세 인상 등 증세와 관련된 언급은 삼가는 기조였는데, 갑자기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해 중장기 증세방안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여당 대표가 앞장 서 논의의 장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앞서 추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인사들은 지난 7월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필요성을 촉구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 뒤, 세법 개정안을 통해 구체 방안이 나온 바 있다. 당시에도 청와대로 쏠리는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역할 분담’이었다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보유세는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쥐고 있는 카드 가운데 하나”라고 언급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세 인상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뜻이다.
물론 보유세 인상 논의가 앞선 ‘부자 증세’ 때처럼 갑자기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먼저 올해 세법개정안 작업이 이미 마무리됐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참여정부 시절 이른바 ‘종부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선 논의에 동력이 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1일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이 또 다시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주머니 속에 넣어둔 더욱 강력한 대책을 꺼낼 것”이라면서도 “보유세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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