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개헌안에는 토지공개념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21일 공개한 개헌안에서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개헌안에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만 선언적 의미를 갖는 데 그치고 있다. 헌법 23조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고, 122조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는 수준일 뿐이어서, 관련 법률로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는 데는 난관이 컸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제정된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각각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기득권층과 재계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은 끝에 2004년부터 부담금 부과가 중지된 상태다.
전문가들과 부동산 업계에선 이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산에 매기는 재산세라는 기본 성격 외에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특별한 의무’로서 종부세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올해부터 부활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제기된 위헌소송에서 정부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건축 조합이 2014년 재건축부담금 부과 처분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최근에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단지들도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서울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1인당 재건축부담금이 최고 8억4천만원가량 나올 것이라는 예상치를 밝혀 재건축 단지들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일부에선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의 부활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이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택지소유 상한제는 특별시와 광역시의 경우 한 가구당 택지소유 상한을 660㎡(200평)로 제한하고 초과 보유한 땅에는 부담금을 물리는 것으로, 도입 당시 가장 강도 높은 토지공개념 제도로 평가받았다. 다만 과거 토지공개념 3법 중 유일하게 합헌 판결을 받았으나 부과가 중지된 개발이익 환수제는 개헌 이후 재검토와 함께 부담금 정비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택지·산업단지·물류단지 등 각종 개발사업에서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개발이익이 발생할 경우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그러나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좀더 구체적으로 명시되더라도 실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은 국회 입법사항이다. 이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헌이 성공할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 등 토지 규제를 추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회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법률을 어떻게 만들지에 달린 것”이라고 답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현행 헌법은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강조한 반면 개헌안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에 방점이 찍힌 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며 “위헌 논란 없이 기존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을 지켜내고 새로운 법안을 제·개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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