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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구 70%까지’ 재난소득 논란 절충…“급한 불 끄기” 효과 기대

등록 2020-03-30 18:29수정 2020-03-31 02:41

정부, 지자체 재난기본소득 요구 일부 수용
하위 70% 가구까지 대상 범위 대폭 늘려

전문가 “민생 경제 지원 효과” 긍정적 반응
경제활동 위축 반전까지 기대하긴 어려워
“선별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 유의해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불붙었던 ‘재난기본소득’ 논란은 정부가 30일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1400만가구(70%)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약속하는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났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재난소득을 지급해야 하느냐, 지급한다면 대상을 전 국민이 하느냐 일부 계층으로 하느냐 등을 놓고 논란이 뜨거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로의 표현으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재난의 보편성을 고려해 보장 범위를 전 가구의 70%까지 확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된 재난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부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8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해달라”고 주장한 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에 찬성하는 뜻을 밝히면서 재난기본소득 논쟁이 달아오른 바 있다. 이후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지자체별 재난소득 정책이 시행됐다. 경기도 등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자체도 있고 서울(중위소득 이하) 등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중앙정부는 그간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어왔지만, 이날 지원 대상을 70%까지 확대해 나름의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저소득층 안전망은 보다 두텁게 하고 기존 지원에 포함되지 않던 계층까지 긴급 안전망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과 규모 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1인당 1천달러씩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경우도 가구당 소득신고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지원 금액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앞서 발표된 저소득층 안전망과 중복 지원도 인정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최대치의 지원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도 “앞선 100조원대 민생·금융 지원책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도입으로 어느 정도 민생 지원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대책이 즉각적인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부가 지역상품권과 전자화폐 등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소비 활동 촉진에도 주안점을 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 활동 자체가 위축된 현 상황을 반전시키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준경 교수는 “이번 정책은 소비 진작을 위한 거시정책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한 피해 확산에 대한 긴급 생계비 지원책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경제 활동 전반의 위축에 대해서는 별도 거시정책 패키지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 하위 70%라는 대상자 선별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중앙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책을 발표하고 지방정부가 그 사각지대를 메우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짜임새가 있는데, 중앙정부의 결단이 늦어지면서 지자체별로 제각각 지원책이 마련돼 지역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게 됐다”며 “향후 하위 70% 대상자 선별 과정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한수 교수도 “대상자 선별 과정에서 과도한 형평성 시비가 이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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