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위치한 조세재정연구원 전경. 조세재정연구원 제공.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일각에서 현행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현실과 크게 대비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28일 ‘재정포럼' 4월호를 내어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호주 등 8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2018년 기준)은 0.16%로, 독일(0.12%)을 제외한 7개 나라보다 낮았다. 같은 해 기준으로 각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미국(0.90%), 캐나다(0.87%), 영국(0.77%), 프랑스(0.55%), 일본(0.52%), 호주(0.34%) 등이었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8개국 평균(0.53%)의 3분의1에 그쳤다. 실질적인 보유세 부담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국내총생산에 견준 보유세 부담액 역시 한국은 0.85%로, 8개국 평균(2.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일(0.43%)을 뺀 6개 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 민간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국내총생산의 5.3배로 8개국 중 가장 높았다. 호주(5.0배), 프랑스(4.9배), 영국(4.0배), 독일·일본·캐나다(3.6배) 등이 뒤를 이었고, 미국은 3.0배로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은 심한 반면, 보유세 부담은 낮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취득세 등 거래세 부담(2019년 기준)은 한국이 외려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거래세 비중은 1.8%로 8개국 평균 0.7%의 갑절 이상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7개국 평균(0.4%)의 4.5배다.
이에 대해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기능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산 격차 완화, 자본을 생산적인 경제활동으로 유인하는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보유세는 강화하고, 높은 거래세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조세제도도 사회를 유지하는 인프라의 일종으로,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자산에 매겨지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경우 조세저항이 생길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국민적 설득과 함께 주도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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