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법 입법 촉구 피해업종·중소상공인·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모두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외치며 26건에 이르는 발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손실보상에서 ‘두터운 재난지원’ 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법리적 문제를 핑계로 정치적 해결을 피하는 여권의 무책임함을 비판하고, 손실보상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 등까지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7일 당정협의를 마친 뒤 “소급 보상 방식을 피해지원 방식으로 진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신속한 피해지원 방식으로 의미를 담는 게 현재 소상공인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막연하게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외치며 소급적용 여부에만 국한해 논의를 이어왔지만, 실제로 손실보상제는 소상공인에게 크게 도움되는 방식이 아니라는 취지다. 지난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치러지는 동안 여권에서는 경쟁적으로 ‘소급적용’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소급적용 없는 손실보상제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부·여당이 소급적용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법리적 어려움이 있다. 헌법상 행정명령을 통해 침해된 재산권 측면으로만 접근하면, 소상공인의 경우 매출 피해가 아니라 영업상 임차권 제한으로 ‘손실’이 국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보상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청구권’을 바탕으로 정부에 보상금증액청구소송을 대거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행업 등 직접적으로 행정명령을 받지 않고도 피해를 본 업종이 배제되는 한계도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준 ‘집합금지 조처’는 직접 영업을 못 하게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적 침해’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이미 지급된 재난지원금(6조1천억원)이 손실추정 액수(3조3천억원)보다 크다고 추산한 것도, 행정명령을 받은 업종에만 제한해 손실을 계산하면서 나타난 한계였다. 일각에선 손실보상법 자체를 소급할 경우 위헌 논란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고 법적 쟁점만 따지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비판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실제로 소급적용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다퉈봐야 할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고루하게 법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 목적으로 제약이 가해져 부당한 손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최대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보상 기준을 정치적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결정하고 선택할 문제를 법 해석의 문제로 돌려 정작 소상공인을 위한 보호책은 뒷전이 됐다는 비판이다.
그동안 소상공인 손실보상의 ‘소급적용’ 논의에 집중하느라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 등이 입은 피해는 사실상 논외로 취급된 것도 문제다. 영업제한 등 구체적인 행정명령을 받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각종 방역조처로 인해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비정형 노동자들을 위한 피해지원책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안전망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감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피해지원 논의 밖에 있다”며 “손실보상 규모와 기간에 집중하는 만큼, 피해지원 대상을 넓혀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논점은 소급적용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소급적용’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 내에도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 당분간 충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