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유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01.4원으로, 전날보다 4.58원 상승했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11월12일(1818원) 이후 14주 만이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고 금 값은 19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1.52% 오른 배럴당 96.84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99.5달러까지 치솟으며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88% 오른 91.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 3대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유가는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원유를 순수입하는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독일이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해저 가스관 사업(노르트스트림2) 승인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한때 13% 급등했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의 최대 공급처로, 이 중 3분의 1이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안전자산인 금 값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6달러(0.4%)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190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2일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달 초 1800달러에서 한달이 채 되지 않는 동안 100달러가 뛴 것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 값이 호황보다는 불황 국면에서 안전자산으로서 강세를 보였다”며 “세계경기 흐름이 침체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밖에도 니켈은 2011년 이래 처음으로 t당 2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밀과 옥수수,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각종 원자재 가격이 널뛰고 있다.
반면 위험자산인 주식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선을 아래로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지난 18일 발생했다. 닷컴 버블이 터졌던 2000년 6월과 세계 금융위기를 앞둔 2008년 1월에도 일어난 현상으로, 추가 약세 신호로 해석한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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