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복합 위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국내 제2금융권을 덮쳐 달러 유동성 부족 의심이 번지면서 자금 사정이 위축되고 있다.
한 증권사의 채권운용 담당자는 6일 “(금융투자·보험·카드사 등) 시장에선 달러 유동성 부족 의심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많이 오른데다 보험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규모도 커 만기가 돌아오면 자금 사정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달러표시 해외채권 차환(만기 혹은 조기상환을 위한 채권 발행)은 금리가 높고 수요는 위축돼 최악의 여건이다. 흥국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RBC)이 낮은 터라 조기 상환을 하지 않고 어쩔 수없이 추가 금리를 얹어 연 6∼7%를 주고 상환 시기를 늦춘 것”이라고 했다. 달러채를 새로 발행하려면 요즘 환율 상승을 고려할 때 금리가 연 10%를 넘을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내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용평가사의 이창윤 이사는 “금리상승과 콜옵션 미행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한국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과 차환을 통한 조달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첫 콜옵션 행사일이 예정된 신종자본증권이 있는 곳은 한화생명보험(등급 A·안정적), 한화손해보험(A·안정적), 현대해상화재보험(A-·안정적) 등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이들 보험사가 차환 없이 상환만 하면 자본 여력이 감소하고 시장 변동성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제2금융권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미국 정책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유동성 부족과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피에프 차환 문제를 겪으며 이미 비상경영에 들어갔고,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최근 흥국생명·디비(DB)생명 등에서 볼 서 있듯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카드·캐피털사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 차질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다만 달러 유동성 부족이나 금융위기 위험을 언급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외환보유고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큰 손인 연기금 보유액 등을 고려해도 외환 건전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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