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해 12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빌라왕’ 사건처럼 임대인이 갑자기 사망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을 위해 은행권이 전세대출 만기를 최장 4년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최대 1억6천만원을 저리에 빌려주는 상품도 더 많은 은행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기업은행 등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은행들은 임대인이 사망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에게 최장 4년까지 전세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전세 계약이 유효한지 해석이 갈려 은행마다 연장 기한이나 업무 지침이 제각각이었다. 그러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 11일 전세대출 보증을 최장 4년까지 연장하기로 내부규정을 개정하면서 연장 상한을 4년으로 통일했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으려면 전세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데, 계약 당사자인 임대인이 갑자기 사망한 경우 계약 해지가 불가능해져 임차인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해당 주택의 소유권·계약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뒤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아 은행에 상환할 수 있을 때까지,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만기 연장 시점에 갱신되는 금리에 따라 이자는 계속 내야 한다.
전세 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취급 은행도 확대된다. 우리은행이 지난 9일 단독으로 출시해 취급하던 이 상품은,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에게 1억6천만원을 연 1%대에 빌려준다. 전세피해 주택 보증금이 5억원 이하이고, 보증금의 30% 이상을 돌려받지 못한 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이다. 부부합산 연 소득은 7천만원 이하, 순자산가액은 5억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인 케이비국민·신한·엔에이치농협·기업은행은 2월 중으로 해당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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