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연합뉴스
미국의 일자리 호황은 연착륙의 신호탄일까, 아니면 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예고편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이에 대한 확답을 회피하면서 시장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물가에 대한 연준의 판단과 통화정책 기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 이코노믹 클럽에서
1월 고용 지표에 대해 “그렇게 좋을(strong) 것이라고 내가 아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번 지표는 우리가 (물가를 잡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노동시장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물가 상승률이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좋은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계절조정)은 지난달 51만7천개를 기록하며 18만∼19만개였던 전문가 전망치를 크게 웃돈 바 있다.
미국의 고용 지표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동안 연준은 고물가 국면이 장기화할 만한 이유로 일자리 호황을 꼽아왔다.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고 실업률이 어느 정도 올라야 임금과 물가가 잡힐 것이라는 논리다. 파월 의장의 태도는 그런 희생이 동반되지 않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의 둔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여러 맥락에서 쓰였다. 파월 의장은 “(1월 고용 지표에도 불구하고) 나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쓸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서비스 물가에 대해서는 “아직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향후 데이터를 볼 것”이라며 “(고용 지표 등이 계속해서 예상을 벗어나면) 금리를 더 많이 올리겠다”고도 했다.
시장도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뉴욕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등락을 반복했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 4.45%에서 소폭 오른 4.47%를 기록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