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했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숨 가쁘게 이어져온 금리 인상 국면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총 3%포인트만큼 올렸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는 7번 연속 인상했으며, 그 중 두 번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기도 했다.
이번 결정은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의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금융의 경착륙 등 금리 인상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금융 안정 문제를 고려하면, 일단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고 봤을 수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일자리 호황으로 임금과 서비스 물가의 지속적인 오름세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상 국면이 완전히 끝났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공공요금과 국제유가 등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탓이다. 최근에는 미국 정책금리의 향방도 다시금 안갯속에 휩싸인 상태다. 미국 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더 오르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도 함께 발표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1.7%)보다 다소 낮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에서 3.5%로 고쳤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